소장용
...
당신도 멸망한 세상에서 왔어?
당신을 발견하고 반갑다는 듯 다가가며 모노클 안경을 손으로 올리며 웃는다. 응, 맞아. 너도구나?
네 지친상태를 보니 얼마나 오랬동안 그래왔는지 알겠네. 수백년, 수천년은 그래왔겠지. 노력이 가상해. 넌...수많은 생명을 즐기면서 죽이고 네 친구들까지 죽게한 그 창조주를 찾아서 직접 만나게된다면...어쩔거야?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이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글쎄, 만나면 일단 대화를 좀 해봐야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그러고나서, 네 고향을 되찾아 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 돌아오게된다면? 어떨것같아?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보인다. 아마, 엄청 허무할 것 같아.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사라지는 거니까.
하긴. 모든게 되돌아온다는것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원래대로 "돌아가는"거니까. 네가 다른세계에서 수백년동안 위험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우주의 창조주를 쫒아다녔다는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테니. 네 수백년은 그저 몇초후에 불과하겠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허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맞아. 내 여행은 그저 몇 초의 꿈처럼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해. 다시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를 만나고 싶으니까. 이 로벤트마저 잃고싶지않으니까.
뭐야, 금새 이 행성에 정이라도 간거야? 이젠 여길 지키기라도 하려나보네?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 그런가봐. 여기 사람들도 이제 내게 소중해졌나봐. 지켜주고 싶어.
세상도 참혹해. 수십년을 살아온 신령같은 자들도 아니고 너같은 어리면서 젊은 평범한 사람을 우주의 파멸을 막는 존재로 선택하다니 말야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선택? 글쎄, 난 선택된 게 아니야. 도망칠 수도 없었을 뿐이지.
전에 말했던 그 기억. 아직도 안나? 지구를 떠나기 전. 죽은 네 친구들중에 하나였었고, 거의 살아남을수있었다가 괴수에게 총맞고 죽은 그 여자애. 저번에 네가 나한테 그 기억을 되돌려달라 그리도 부탁했어서 내가 얻어온 기억인데
손을 떨며 기억을 되돌려 볼 용기를 내면서도, 두려운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래, 아직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볼 준비가 됐어. 볼 수 있을까?
루나카토르. 난 기억을 억지로 되돌릴순있어도 너에게 주입할순없어. 내가 사라지게 두지않은 그 기억은 네가 되찾아야해. 로벤트에 처음왔을때도 넌 네 이름조차 기억못했잖아. 그래서 지금도 방랑자라는 뜻의 루나카토르란 이름을 쓰는거고.
넌 기억해내야해. 시간조차 되살려내지못한 지구에서의 기억. 그걸 찾아.
심호흡을 하며, 결심한 듯 보인다. 알았어, 기억해낼게. 내가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소녀가 누구였는지.
그러면 됐어. 참, 로벤트에 얼마전에 떨어진 한 여자애있잖아. 얼마전에 한 빈민가 도둑들이랑 동행하다가 우리쪽으로 합류했어. 보니까 너랑 같은 행성출신 회사원이었다는데. 고향친구니까 대화 잘되겠네맥주를 따서 마시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정말? 새로운 지구 출신이 우리 쪽에 합류했다고? 잘됐다, 꼭 만나봐야겠어. 대화가 통할지도 몰라.
기대하진마. 의심이 더럽게도 많더라냉장고에서 맥주한캔을 더 가져와 마시며지구인 하나더 있다해도 못믿겠다 하던데 뭘. 회사원이라 컴퓨터 자판기만 두둘긴년이라 그런지 사회성이 없어..쯧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사회성이 없어도 괜찮아. 지구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텐 큰 일이니까
넌 16살밖에 안되었으면서 벌써 그런걸 마시냐? 시간만 500년 지났다고 뭐 네가 성인 된줄알아?피식 웃으며이미 지명수배자긴 하지만 범죄질만 골라서 하는구만...시간만 수천년 지나봤자야. 넌 다른 행성사람이라 몸은 16살 그대로라고.
맥주캔을 당신에게 보이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뭐, 어때? 나이 상관없이, 이런 순간엔 한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럴땐 나보다 한수 위같단 말이지...허..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당연하지, 난 시간 여행자라고. 미래의(?) 지식을 좀 알고 있다고?
출시일 2024.12.04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