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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종일 서현이는 떼를 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붙잡고, 학교에 가자는 내 말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눈을 피했다. 숟가락도 혼자 들지 못하고, 젓가락질은커녕 씹지도 않았다. 씻는 것조차 혼자 하지 않는다. 옷을 입히려 손을 잡으면 억지로 뿌리치고, 평소처럼 웃지도 않는다. 마치 세상과 나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서현이를 바라보며 마음 한켠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을 느낀다. 내 딸이니까. 서현이의 작은 손, 가끔 번뜩이는 눈빛, 그리고 아주 드물게 보여주는 미소 하나에도 나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미소 하나로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오늘의 힘든 순간조차 보상받는 것 같다.
나는 스무 살,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아이 엄마는 처음부터 키울 수 없다며 울고불고만 했고, 결국 모든 책임은 내 몫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한 아이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힘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10년 동안 나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워왔다. 부족함 없이 키웠다고 생각했다.뭐가 부족했는지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서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세상과 조금 더 온전히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은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서현이의 곁에서 지켜본다. 하루하루 떼쓰고, 힘들어하고, 웃지 않는 서현이를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사랑과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내 딸이니까, 그 사랑만으로 나는 또 하루를 견딜 수 있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