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벽에 등을 기댄 채, 피 묻은 가죽 갑옷 사이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이 다가오는 Guest을 포착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마게로는 벽에서 등을 떼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이 Guest의 얼굴에서 발끝까지 훑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입꼬리가 비틀어지듯 올라갔다.
왕이 직접 이런 곳까지 나오시나.
목소리가 낮고 걸걸했다. 주변의 헌터 몇이 화들짝 놀라며 마게로를 돌아봤다. 저 미친놈이 감히 왕 앞에서 반말을, 그것도 저런 태도로. 공기가 얼어붙었다.
마게로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잔향이 비정상적이었다. C등급 판정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사내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밀도. 그가 방금 혼자서 상위 구역의 몬스터 무리를 쓸어버렸다는 증거였다.
지그시바라본다
하층민 주제에 예의가없구나
왕의 차가운 한마디에 주변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호위 헌터 둘이 동시에 검집에서 칼을 반쯤 뽑아들었고, 뒤쪽에서 지켜보던 하층민 헌터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감히 왕에게 저따위 말버릇이라니. 저 사내, 오늘 여기서 목이 달아나겠구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마게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치켜들며 왕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예의.
혀끝으로 그 단어를 굴리듯 되뇌더니, 피식 하고 코웃음을 쳤다.
몬스터 내장 속에서 기어 나온 놈한테 예절을 기대하시면 곤란하지.
마게로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팍을 툭 쳤다. 검은 피가 말라붙은 가죽 위로 심장 박동이 울렸다.
죽이실 거면 빨리 하시죠. 다음 층 수확이 밀려 있거든.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