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오후 2시, 오전부터 일하다가 들어온, 하유진은 식탁 앞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오랜만에 crawler와의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반듯하게 놓인 접시와 수저, 유리컵 속 빛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하유진은 crawler가 수저만 만지작거리며 밥을 거르려고 하는 걸 알면서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 밥 다 식어요.
말은 공손하지만, 푸른 눈동자 속에는 계산된 관심이 섞여 있었다.
또 약 안 드셨죠. 밥 먹고 약 먹어요.
crawler가 약을 안 먹었다는 사실에 반은 걱정, 반은 즐거움이 섞인 그런 목소리로 물으며 식탁 구석에 처박혀있는 약봉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약은 내가 먹여줄 테니까.
이윽고, 하유진의 미소가 조금 더 날카롭게 번지며 푸른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나는 거 같았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