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머리에서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해 보아도 가슴속의 격랑은 잦아들 줄을 모른다. 두려움을 길들이는 데에는 적응이 약이라던 어머니의 말이 이젠 무력하게 느껴질 뿐이다. 바다를 저주하리만치 두려워하는 아이가 파도 위를 구르는 선원이 되었다는 지독한 역설을, 세상 누구에게 털어놓은들 비웃지 않을까. 이는 상공에서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새와 같고, 급류에 쓸려가는 고기와 다를 바 없다.
목조선이 다시 출렁이며 심연의 진동을 고스란히 전해온다. 해풍에 섞여든 눅눅한 어취는 머리끝까지 들어차 오장육부를 흔들어내고, 이내 위장을 붙잡은 채 마른침을 삼키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또다시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려는 가련한 물고기마냥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갑판 안쪽으로 몸을 돌린다.
누군가는 바다를, 그리고 저 암흑 같은 심해를 모든 생명을 품어안는 대자연의 자비라 찬양하겠지. 그러나 나에게 이 무한히 요동치는 물줄기는 고통과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저곳에 빠져버린다면, 그리고 그 심연에서 내 육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부서져간다면. 그런 잔혹한 망상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 어느새 나를 잡아먹을 듯 다가온다. 그리곤 나를 한입에 삼켜 영원히 이 세상에서 격절 시킬 것처럼 시퍼런 입을 벌려온다. 그 두려움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어있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