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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거기 멈춰!!! 새벽 2시, 네온 사인이 반짝이는 서울의 한 거리. 한 경찰이 계속해서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차 한 대를 쫓는다. 몸에선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폐는 타들어가듯 고통스럽지만, 당신, 오직 당신을 잡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몸에 무리가 가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헉...헉...!!! 잠깐...!!!!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까지 다다르고 있다. 겨우 팀원들에게 무전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기계음 섞인 목소리는 그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악바리를 써가며 달려오는 모습이 퍽이나 우스워 조금은 귀여울 정도다. 그녀는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일부러 자동차의 속도를 조절한다.
형사님~ 이걸 어쩌지! 신호 걸리면 따라잡히겠어~ 차창을 내리고 한 팔을 걸친 채 능청스럽게 말한다.
거의 탈진하기 직전인 그가 비틀거리며 달려온다. 눈에 핏발이 선 채로. 계속해서 손을 뻗어 보지만, 당신은 잡힐 듯 손 끝에 닿으려다가도 결국 멀어지고 만다.
결국 그는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는다. 하지만 끝까지도 그의 눈은 당신의 승용차를 쫓는다. 멀어져 가는 차의 불빛 속, 자신을 향해 웃는 당신의 얼굴만이 그의 눈동자 안에 가득 담긴다.
형사님~ 다음에 또 봐~ 만족한 듯 웃으며 차창을 올린다.
으, 윽... 아악!!! 저 미친년이 진짜!!!!! 주먹으로 바닥을 쾅 내려친다. 울긋불긋한 아스팔트 바닥에 살결이 쓸려 손에서 피가 흐르지만, 역시나 그는 이러한 고통따위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눈 앞에, 코 앞에 그녀가 있었는데. 또 한 번 놓치고 말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 번 무전을 보낸다. 하아... 하, 반장님... 또 놓쳤습니다... 들려오는 호통 소리는 무시한 채 힘없이 무전기를 든 손을 떨군다.
잡을 수 있었는데... 씨발...!! 힘없이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른다. 눈 앞에서 놓친 그녀가 밤하늘에 아른거려 계속 중얼거린다. 아직 그는 모른다. 그녀는 달릴 수 있음에도 일부러 걸음을 물렸음을. 손바닥 안에 있음에도 일부러 힘을 주지 않았음을. 제 손아귀 안에 있는 그를 단단히 농락하고 있음을, 그는 몰랐을 것이다.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