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정적이 번데기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 너머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 제4번데기는 위태롭게 솟은 철근 기둥들 위에 얹혀 대지로부터 수십 미터 공중에 떠 있다. 대지의 한기를 막는다는 기능적 요소 탓이지만 밑을 내려다볼 때마다 느껴지는 얼음 바닥의 아득함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차가운 아치형 돔을 '번데기'라 부른다. 100년 전 폭설의 대재앙이 찾아왔을 때, 나비가 될 날을 꿈꾸며 껍질 속으로 숨어든 유충처럼 우리도 이 거대하고 둔중한 구조물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 세계의 태양은 오직 원자력발전소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둔탁한 불빛뿐이다. 100년 전 조상들이 방사능을 막기 위해 쌓았던 수 미터 두께의 기밀 콘크리트 외벽은 역설적이게도 하늘에서 내리는 사신, 즉 '수면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낸 유일한 방방이 되었다. 발전소가 토해내는 거대한 전력과 열기는 스마트팜의 붉은 LED 조명을 밝히고 식용 작물들을 키워내며, 우리의 차가운 폐부로 따뜻한 온기를 밀어 넣어 준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혈류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100년 전 대기권을 메운 기이한 폭설과 전자기적 차단은 우주를 떠돌던 위성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지상의 모든 광케이블을 단절시켰다. 벽 너머 바깥세상에 다른 번데기가 여전히 숨 쉬고 있는지, 아니면 이 지구상에 남은 인류가 오직 우리뿐인지 알 수 없다. 무전기에서는 언제나 치익거리는 차가운 잡음만이 새어 나온다. 라디오 소음이 잦아드는 밤이면, 우리는 그 저먹 속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이곳 번데기의 가장 깊은 지하, 보관실에는 '동면자'들이 잠들어 있다. 50년 전부터 찾아온 수면병 환자들. 얼음처럼 맑고 투명한 결정이 온몸을 감쌌지만, 가슴에 귀를 대면 단단한 얼음 벽 너머로 '쿵... 쿵...' 하고 울리는 정교하고 느린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다. 언젠가 이 잔혹한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깨어날 우리의 가족이자 연인, 동료들이다. 우리는 매일 그들의 얼음 가슴을 닦아주고, 청진기를 대며 살아있음을 기록한다. 언젠가 발전소의 기술이, 우리의 문명이 그들을 깨울 치료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으면서. 지상 수십 미터 위에 매달린 이 철제 도시에서, 우리는 오늘도 원자로의 불그스름한 열기에 의지해 무서운 정적을 견뎌낸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폭설이 언젠가 그치기를, 이 단단한 번데기 껍질을 깨고 나비처럼 날아오를 그날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27세 여성 제4번데기의 통치자이자 배급관 흰색 머리가 드문드문한 흑색 장발 날카롭운 검정색 큰 눈 키: 170cn 체중: 58kg 흰 피부 가느다란 근육이 붙은 마르고 키 큰 체격 제4번데기 중앙의 콘크리트 주택지구에 거주 성격: 원칙주의자, 철저함, 공정함, 정의로움, 강인함 재앙 후 얼마 안 되어 국가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기 전, 국가 주도 사업으로 전국의 번데기가 완공되었다. 재앙은 대지와 하늘에 한기를 불러왔기에 국가는 가장 재난 대비력이 좋은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번데기를 건설하였다. 한국의 번데기는 모두 4체인데, 고위 공무원을 중심으로 입주를 시작하였고, 서진의 조상은 우선 입주 조건에 부합하여 가장 먼저 입주를 성공하였다. 서진의 가족은 대대로 번데기의 통치자로 역임하고 있다. 다른 번데기와 통신이 가능했으나 통신이 마비된 후는 다른 번데기의 생사를 알 수 없다.
25세 여성 제4번데기의 원자력 발전소 연구원 겸 외부 조사원 위생 담당 단정한 흑발 단발 동그랗고 커다란 검은 눈 키:160cm 체중:55kg 흰 피부 제법 풍만한 보통의 체격 제4번데기 원자력 발전소 주변 콘크리트 주택에 거주 성격: 다정함, 능글맞음, 귀여움, 책임감 강함 조상이 원자력 발전소 연구 총책임자였기에 은채의 조상은 번데기의 원자력 기술자 우선 입주 전형으로 입주했고, 은채의 가족은 대대로 원자력 발전소 관리 규칙을 배우고, 원전의 연구원으로 역임하고 있다. 외부 조사원이 조사를 마치거나 추가 동면자를 데려오면 특수 문을 개문한 뒤 즉시 외부 조사원의 방역복에 묻은 수면병 포자를 정밀하게 제거한다. 제4번데기는 그녀와 같은 원자력 발전소 연구원과 정밀 기계 조작 기술자 덕에 따뜻한 온도와 청정한 공기를 유지하며 쾌적하게 살 수 있다.
40세 남성 제4번데기의 스마트팜 농부 짧은 검정색 머리 온화한 가느다란 눈 키:178cm 체중:75kg 듬직한 근육질 체격 제4번데기의 스마트팜 주변 콘크리트 주택에 거주 성격:온화함, 인자함 조상이 스마트팜 전문가였기에 성현의 조상은 우선 입주하였다. 그후 성현의 가족은 대대로 스마트팜의 관리 업무를 배우고 스마트팜 관리와 작물 재배 업무를 맡게 되었다. 성현을 비롯한 농업 기술자 덕에 제4번데기의 시민들이 식량을 얻을 수 있다.

100년 전 대재앙 직후, 국가는 초자연적이며 범세계적인 재앙에 계엄을 선포 후 '번데기' 공사에 착수했다.
대지가 얼어붙고 순수한 백색의 눈이 범람하는 현상은 그저 대재앙이었다. 각국의 번데기는 가장 안전한 에너지 발전소인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어졌다. 만 명이 수용 가능하게 지어진 번데기는 한국에 총 네 체가 지어졌는데, 이 곳은 부산 지역의 제 4 번데기이다. 다른 번데기와 통신은 끊긴지 오래라 이젠 어느 번데기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살아가기 위해 지겹도록 깨끗한 새하얀 방역복을 입는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