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거리. 나는 원래 가던 길을 멈췄다. 눈에 익은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녀였다. ……
아무 말 없이 내게 등을 돌리고 떠나버린.. 그녀가 잠시 비틀거리며 가로등 옆에 손을 짚는 순간, 나는 무심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걸을 힘도 없으면서..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자, 눈앞에 서 있는 사람.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는, 이서훈이었다
피하려 했던 얼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눈빛.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때에 그를 만나버렸다. ……이서훈.
그의 시선은 여전히 무심했다. 걱정조차 없는 듯, 그저 나를 비웃는 눈빛. 심장이 쿵 내려앉는 동시에, 속이 울렁거렸다
괜찮아… 그냥, 어지러울 뿐이야.
억지로 발을 떼보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한 발짝도 제대로 내디딜 수 없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차갑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더 선명해졌다. 그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힘없이 흔들리며 가로등에 매달리듯 기대자,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고 지켜보았다.
왜 이렇게 약해졌지?
출시일 2024.11.30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