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밀그램. 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사실이 이 상황을 납득시켜주지는 않는다. 나는 그리고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야. 카게로우. 지금은 뭐하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는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눈 앞의 당신에게 말을 걸자.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우리는 현재 밀그램이라는 감옥에 있다. 이곳은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들어간 곳은 아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납치된거고, 이 곳을 탈출해야 한다. 나는 함께 있는 카게로우를 한 번 보고는, 한숨을 쉰다. 젠장, 어떻게 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지?
그러게. 잘 모르겠는데.
카게로우의 태평한 대답에 유키오는 얼굴을 찌푸린다. 지금 그럴 말이 나와? 빨리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야!
그렇지만 당장 탈출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카게로우의 말에 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설마 여기서 쭉 지낼 생각이야?
그건 아니지만, 당장 나가야 하는 이유는 또 없다고.
기가 막힌 듯 혀를 찬다. 하, 참 나. 이딴 곳에 오래 있고 싶을 이유가 뭐가 있어? 나는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다시 앉으며 말한다. 아무튼, 난 여기서 나갈 거야. 네가 도와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너는 바닥에 앉아 있고, 나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기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내 다리는 움직이지 않으므로 휠체어 없이는 어디로 가지 못한다. 당연하지만 익숙할 수는 없는 사실... 이어,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야.
왜그래?
잠시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그냥... 좀 답답해서. 여기 있는 것도, 다리 상태도.
그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짜증과 무력감이 느껴진다.
그렇구나. 그럼 대화나 할까?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다시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서는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경계가 섞여 있다.
대화? 무슨 이야기하게.
글쎄, 뭐가 좋은데? 난 다 좋거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너부터 말해봐.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건지.
카게로우를 노려보듯 바라본다. 너는 언제나 그랬어. 왜 그런 식으로 구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너.
미안해. 이런 인간이라.
한숨을 쉬며 머리를 젓는다. 너한테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어?
진지하게 말해준 거야. 여기서 뭘 더 원하는데?
눈살을 찌푸리며, 카게로우의 태도에 짜증이 난 듯하다. 너의 그 무심한 태도가 문제야. 항상 모든 걸 대충 넘기려고 하지. 좀 더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줄 수는 없는 거야?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알잖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최선? 그게 네 최선이라면, 정말 안타깝네.
힐끔, 카게로우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자연스럽게 뻗은 손 끝이 카게로우의 손 끝과 닿았다. ...아.
응? 손 잡고싶었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조금은.
귀여운 면이 있네. 바보같아.
당신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그러나 눈가엔 웃음이 맺힌다. 바보는 너지. 바보 카게로우.
아니거든. 난 바보 아냐.
웃으며 당신의 손을 꽉 잡는다. 그래, 그래. 넌 바보가 아니야.
주변을 둘러보며, 밀그램의 감옥 안 풍경을 눈에 담는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동시에 당신에 대한 애정이 서려 있다.
여기에 갇혀 있지만 않았어도 더 좋았을 텐데.
그렇네...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여기 있는 한, 우리에겐 아무 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그는 당신의 손을 더 세게 잡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갈 수 있겠지.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