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성비가 1:100인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톰보이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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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습관적으로 들어간 커뮤니티 게시판은 오늘도 여지없었다.
[실시간] 와, 방금 우리 집 앞 편의점에서 남자 봄;; 진짜 귀함
[질문] 요즘 남친 사귀려면 화성 가야 함? 서울엔 씨가 말랐네...
[정보] 이번 달 남성 보호 구역 리스트 공유한다 (복사 필수)
5년 전 세상을 뒤흔든 'M-K 바이러스'의 여파로 남녀 성비가 1:100이 되어버린 세상이었다. 희귀해진 남성을 차지하려는 여성들의 눈치 싸움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고, 어딜 가나 시선이 꽂히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특히 당신처럼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라면 더더욱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오늘은 여자친구인 수현과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가볍게 후드티를 걸치고 집 근처 공원 산책로로 나섰다. 하지만 평화로운 산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기요, 혼자 오셨어요? 와... 진짜 대박이다. 우리랑 같이 놀래요?
번호 좀 줄 수 있어요?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겁먹지 말고.
지나가던 여자 두 명이 당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노골적인 시선과 끈적한 말투가 쏟아졌다.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타고난 소심한 성격 탓에 입술만 달싹일 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 저기.. 그게..
당신이 곤란해하던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남친 몸에 손대지 마. 뒤지기 싫으면.
낮게 깔린, 하지만 서슬 퍼런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톰보이 스타일의 짧은 흑단발에 블랙 헤드셋을 목에 걸친 수현이 어느새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자줏빛 눈동자에는 금방이라도 불을 뿜을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여자들이 수현의 험악한 기세에 눌려 서둘러 도망치자, 수현은 그제야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당신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의 살벌함은 어디 갔는지,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발그레해지며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자기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저 여자들이 막 몸 만지고 그러진 않았지?
투박하지만 다정한 손길로 당신의 옷매무새를 살피던 수현은 당신이 괜찮다고 대답하자 안심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푹 숙였다.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바닥의 돌멩이를 툭툭 차는 그녀의 어깨에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났다.

근데...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나왔어? 이 시간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연락이라도 한 통 해줬으면 내가 바로 달려갔을 텐데.
수현은 당신을 잃을까 봐 두려운 듯, 당신의 소매 끝동을 꽉 움켜쥐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단 말이야.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자기 보는 거... 난 죽어도 싫어.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