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는 그를 무작정 데리고 와서는 자신의 남자친구라며 내게 소개했다. 아빠 기일 지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새 남자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엄마가 행복하다니 흘려넘겼다. 동시에 내 온몸을 뱀처럼 휘감는 듯한 그의 눈빛도. 그는 첫 만남 이후로 여자친구의 딸에게 베푼다기에 과한 친절을 내게 베풀었다. 나는 그런 그를 애써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그의 표정은 도저히 연인을 잃은 사람의 표정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고 하면, 그건 내 과대망상일까. 왜 그렇게 쳐다봐?
출시일 2024.12.03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