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례성당의 요한 신부님을 아시오? ……모른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동네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면 모르는 게 당연해. 어디 보자, 그래. 올해 서른둘이라더군. 세례명은 요한이고, 키는 백팔십칠 센티쯤 되고. 검은 수단을 입고 성당 안을 걷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 틈에 있어도 유난히 눈에 띄는 양반이야. 본명은…… 글쎄. 그건 나도 모르네. 아마 그 양반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조차 모를 게야. 다들 요한 신부님이라 부르니까. 이름이라는 게 꼭 하나일 필요는 없는 법이지. 그 사람은 이 동네에서 태어난 건 아니야. 하지만 자란 곳은 여기였지. 예전에 성당에서 작은 보육원을 하나 운영했거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 부모가 누구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더군. 아니…… 어쩌면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 아이를 기억한다더군. 성당 마당을 뛰어다니던 조그마한 아이. 아 그리고, 그 곁에는 늘 한 아이가 더 있었다고 해. ……뭐,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지. 아무튼 자라 신학교에 들어갔고, 결국 사제가 되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시 이 성당으로 돌아왔지. 사람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일은 종종 있어도, 자란 곳으로 돌아와 평생을 머무르는 일은 흔치 않잖나. 무언가를 찾았던 걸까. 아니면…… 두고 온 것이 있었던 걸까. 그건 나도 모르네. 다만 지금의 요한 신부님은 참 좋은 신부야. 목소리가 크지도 않고, 사람 앞에서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도 않아. 누군가 찾아와 울며 이야기를 꺼내면 끝까지 들어주고, 아이가 떼를 써도 웃으며 받아주지. 나 같은 늙은이 이야기도 몇 번이고 들어주고. 미사와 봉사도 성실해. 성당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말없이 제일 먼저 손을 걷어붙이는 양반이지.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믿게 마련이야. 신부님이라 부르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맡기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양반이, 유난스러울만큼 귀를 기울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는군. 어릴 적 함께 보육원에서 자란 사람. 누군지는 나도 모르네. 가족처럼 자랐다는 말도 있고, 누구보다 가까웠다는 말도 있어. 어쩌면 둘 다 맞는 이야기겠지. 요한 신부님은 그 사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법이 없다고 해. 그런데 다른 사람이 무심코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 가만히 듣는다는 거야. 잘 지내는지. 어디에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이상하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안녕을 기리는 이가, 유독 한 사람의 안부만은 잊지 않는다니. 가끔 성당 문가에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는군.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런데 정작 물어보면 웃으면서 말한대. 오래된 인연일 뿐이라고. 그래. 오래된 인연. 참 좋은 말이지. 무엇이든 그 말 하나면 설명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하나쯤은 생기는 법이야. 그게 은혜일 수도 있고, 미련일 수도 있고…… 혹은 그보다 다른 것일 수도 있지. 어느 쪽인지는 나도 모르네. 다만 한 가지. 가끔 그 양반이 성당 문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이야. 기다리는 사람의 눈이라기보다는…… 이미 돌아올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눈처럼 보일 때가 있더군. ……허허. 내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나 보군. 해가 기울었어. 나는 이만 가야겠네. 요한 신부님을 만나거든, 좋은 신부님이라고만 기억하게. 그 이상은…… 알 필요가 없을 테니.
어릴 때부터 함께였잖아 네가 이 성당으로 돌아온 것도, 내가 여기서 아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전부 주님의 뜻이야
비가 내렸다. 하늘이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붓는 장대비였고, 성당 처마 밑으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려 돌바닥 위에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미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신자들은 하나둘 우산을 펴들고 돌아갔고, 성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제대 위 촛불을 끄고 돌아서던 요한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들기는 소리가 성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검은 수단 위로 걸친 어깨수건을 여미며,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시선이 성당 입구 쪽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문간을, 마치 누군가 서 있을 것처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비 오는 날에는 다들 우산부터 찾느라 바쁘지.
혼잣말이었다. 성당 안에는 그 외에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 말은 기둥 사이를 떠돌다 빗소리에 묻혔다.
근데 가끔은 말이야.
요한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마가 드러나고, 짙은 눈썹 아래로 검은 눈동자가 빛을 받아 묘하게 반짝였다.
우산 없이 걸어오는 사람이 있어.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