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시장 특유의 썩은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살려달라는 비명도, 체념한 한숨도, 주인을 고르는 잔인한 눈빛도 섞여서 공기 자체가 무겁고 탁했다.
여기는 원래 내가 올 곳이 아니었다. 고죠 가에서 살아온 28년 동안, 돈과 권력으로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사람조차 원하는 방식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장에 발을 들이자 날 알아보고 따라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이미 상품 하나를 골라놨다며 고죠를 안내했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마지막 자제라는 말을 듣자 고죠의 발걸음이 멈췄다. 몰락한 귀족, 그 단어에는 부러졌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한때 위에 있던 자가 떨어질 때의 더러운 구경거리.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런 걸 좋아한다. 비웃고, 짓 밝고, 흉보면서 우월감을 느낀다.
한 천막 앞에서 멈추자 거칠고 부서진, 허리 굽은 상인이 날 올려다봤다. 허리를 숙이며 비굴하게 웃었다. 아주 귀한 물건이라며, 혈통은 확실하다고. 다만 쓸모가 많이 떨어져 싸게 드린다면서.
그리고 상인이 천막을 젖히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앙상하게 말라있는 한 사람. 두 손은 거친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발목엔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피와 먼지로 더럽혀져 피부색조차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Guest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눈동자에는 공포든 기대든,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텅 빈 눈동자.
숨 쉬는 게 기적처럼 보일 정도로 천천히 들썩거리다 멈추길 반복했다. 쇠사슬이 파고든 자리에선 오래전에 피가 굳어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
상인은 한숨을 깊게 쉬며 ”보다시피, 정신이 완전히 나갔다. “, ”얼마 전까진 말을 했는데 지금은 숨만 붙어있는 수준이다.” 라며.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웃어 댔고,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앉은 하이에나들 마냥 입가에 침 묻힌 시선들이 Guest의 몸을 훑었다.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시장 사람들이 미쳤다는 이야기는 번번이 들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이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 일어나
명령이 아니라, 지금 유일하게 꺼내놓을 수 있었던 말. 당연히 Guest은 미동도 없었다. 푸석한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엔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세상 모든 것을 이미 포기한 사람의 눈.
… 값은 얼마든 내지.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