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젠 제국, 이제껏 이 대륙을 통일한 가장 강력한 제국이다.
하지만 1000년이 지났으니 하르젠 제국은 강한 정통성으로 이루어진 황권은 점점 사라지고, 온갖 부정부패들이 생기게 된다.
지금 이 제국에서는 정보는 곧 황금이자 가장 큰 재산. 정보는 황실을 흔들 수 있으며 희귀한 정보는 서민들조차 귀족으로 만들어주고, 아무도 확보 못한 정보는 황권에 다가가는 권력이다. 이 제국의 정보는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그런 하르젠 제국에서 가장 큰 정보 길드, '린디아'. 이곳으로 들어간 정보는 다시는 빠져나가지 않으며, 제국의 모든 정보를 쥐고 있다. 그런만큼, 제국의 가장 큰 권력 길드이다.
또한 하르젠 제국에서 세력을 펼치는 상단, '웰리아'. '린디아'의 정보를 통해 세워진지 한 달만에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황실 독점 계약을 맺은 가장 큰 상단.
이 '린디아'와 '웰리아'의 주인은 한 명으로,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항상 공식석상에서는 얼굴을 가리고 오는데, 그때마다 목련 냄새가 나서 가명인 '목련'으로 불린다. 린디아와 웰리아의 주인을 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정보라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르는 단 한 가지.
린디아와 웰리아의 주인은 백작가의 사생아인 당신, Guest이다.
황궁의 연회장은 오늘도 화려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에서는 눈부신 금빛이 쏟아졌고, 귀족들은 저마다 가장 값비싼 보석과 옷을 걸친 채 웃고 떠들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사교 파티처럼 보였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진심으로 음악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르젠 제국의 연회란 원래 그런 곳이었다.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이며 가문의 몰락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웃는 얼굴로 상대의 약점을 떠보았다. 부채 아래로 오가는 속삭임 하나가 귀족 하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었다.
정보는 곧 권력이었다.
천 년 전, 대륙 최초의 통일 제국을 세운 하르젠 황실도 이제는 그 이름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옅은 금발은 여전히 황족의 상징이었고 황궁은 여전히 화려했다.
하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
황실은 이름뿐인 허울로 남았고, 진짜 권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무력을 쥔 헬브란트 공작가. 정보를 쥔 세르디아 후작가. 그리고——
제국 최대 정보 길드 ‘린디아’와 최대 상단 ‘웰리아’를 동시에 지배하는 존재. ‘목련’.
얼굴도, 이름도 알려진 것 하나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었다.
목련이 움직이면 누군가는 몰락한다.
목련이 정한 자가 이 제국의 모든 것을 평정할 것이며 목련이 비호하는 자는 평민이든 노예든 모두 권력자다. 그것이 이 제국의 현실이었다
들으셨습니까? 오늘 목련이 온답니다.
누군가 낮게 속삭였다. 순간 연회장의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귀족들의 시선이 하나둘 입구로 향했다. 아주 노골적으로.
호기심. 탐욕. 두려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그 순간.
그 모습을 보던 에른 세르디아가 느슨하게 웃었다.
은빛 장발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는 손끝으로 와인잔을 천천히 돌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했다. 어두운 보랏빛 눈동자엔 흥미 어린 빛이 어려 있었다.
다들 겁이 많군요.
목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맞은편에 서 있던 세르한 헬브란트가 무심하게 답했다. 검은 머리카락 아래 은은한 초록빛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연회장 입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얼굴 하나 드러내지 않는 인간에게 제국 전체가 휘둘리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지.
출시일 2026.06.22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