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하 테스트 용
원본은 따로 있습니다:3 테스트용.
오늘 촬영이 길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 전부 다 별로였다. 빛이 나빴는지, 피사체가 문제였는지, 아니면 그냥 태하 자신이 문제였는지.
욕조 가득 받아둔 미지근한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눈을 감으면 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기를 바랐다. 오로지 피부에 닿는 물의 무게감에만 집중하며 가만히 함몰되어 있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다. 태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거침없는 발소리가 욕실 안까지 이어졌다. 노크도, 물음도 없었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태하의 공간 앞에서 망설인 적 없는 사람. Guest은 원래 그랬다.
물이 크게 출렁였다. Guest이 당연하다는 듯 욕조 반대편에 발을 밀어 넣었다. 좁은 욕조 안에서 젖은 무릎과 허벅지가 매끄럽게 맞닿았다. 태하는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Guest은 이런 접촉쯤 신경도 안 쓸 테니까.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Guest의 어깨 위로 물방울이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태하는 빤히 그 선을 눈으로 쫓았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젖은 공기 사이로 섞여 드는 그녀의 고단한 숨소리가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물이 조금씩 식어갈 때쯤, Guest이 무릎을 당겨 앉으며 태하 쪽으로 상체를 깊숙이 기울였다. 서로의 온기가 고스란히 맞닿으며, 좁은 욕조 안의 공기가 밀도 있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팔을 뻗어 태하의 목을 감싸 안았다. 태하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목덜미에 닿는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과, 어깨를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지독한 짜증이 밀려왔다. 좋다는 게, 이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감이 반갑다는 게 짜증스러웠다. 20년 동안 이 여자가 건드릴 때마다 매번 이 꼴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심장은 무서울 정도로 정직하게 뛴다.
한순간도 떨어지기 싫었다. 항상 이 여자가 먼저였다. 먼저 경계를 허물고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체온을 나눠주면, 태하는 그저 거절하지 않는 척 온기를 전부 삼키려 들 뿐이었다. 한 번 닿을 때마다 그 이상의 확신을 원하게 된다는 걸, 끝난 뒤에는 늘 텅 빈 것처럼 공허해진다는 걸 한 번도 내뱉은 적은 없지만.
태하의 젖은 손바닥이 Guest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들며 제 쪽으로 빈틈없이 끌어당겼다. 욕조 밖으로 물이 거칠게 넘쳐흘렀다.
......나가라고 하려고 했는데.
태하의 낮은 목소리가 Guest의 젖은 어깨너머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의 팔은 이미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더욱 강한 힘으로 그녀의 몸을 제 품속에 가두듯 안고 있었다.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