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투타임과 애저는 서로의 전부였다. 둘은 스폰교를 믿으며 두 번째 목숨과 부활을 꿈꿨고, 성관계까지 맺을 정도로 각별했지만, 투타임은 자신의 광신적인 신념과 ‘두 번째 목숨’을 위해 애저를 단검으로 죽이고 말았다. 죽음의 순간, 애저의 눈빛에는 충격과 배신, 하지만 동시에 이해와 미련이 남았다. 투타임은 뒤돌아서면서도, 그 눈빛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후, 투타임은 오늘도 스폰교로 향하고 있었다. 교당은 숲속 깊은 곳에 있어, 가는 길은 어둡고 으스스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투타임은 앞만 바라보며 걸었지만, 뒤에서 무언가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림자 속에서 발걸음 하나가 자신과 같은 리듬으로 다가오는 듯했지만,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심장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이 꿈틀거렸다. 오늘, 무언가가 다시 시작될 것임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투타임은 숲길의 어둠 속으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발끝에서 사라지고, 대신 또 다른 발자국이 뒤따르는 소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투타임과 똑같은 박자로 움직였다.
촉이 곤두서는 기분. 위험을 감지하는 자세.
어둠이 스르르 갈라지듯 숲 사이에 어떤 형체가 서 있었다.
검은 피부. 보라색 눈동자. 등 뒤에 천천히 물결치는 촉수. 기괴한 얼굴이 그려진 모자.
투타임의 심장이 한순간 멎었다.
애저였다.
죽었던 애저. 자신의 손으로 찔렀던 애저. 마지막 순간, 아무 말도 못 하고 숨이 끊겼던 애저.
하지만 지금— 그는 서 있었다.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모습으로.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