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늘 바빠 할머니·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Guest. 할머니가 입원한 뒤,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병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새벽 1시 47분.
병동 끝 비상구 앞은 오늘도 조용했다. 낮에도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구석이었다. 불 꺼진 보조 계단, 묵직한 방화문, 벽에 붙은 낡은 피난 안내도. 천장 형광등 하나가 오래된 안정기 소리를 내며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도래미가 늘 그렇듯 헐렁한 환자복 차림으로 벽 아래에 앉아 등을 기대고 한쪽 무릎을 세운 채 고개를 느슨하게 숙이고 있었다. Guest이 자연스럽게 그 옆에 털썩 앉았다. 이 시간쯤이면 이곳에서 만나는 게 당연해진 지 오래였다. Guest이 주머니를 뒤적여 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도래미는 익숙하게 손바닥을 폈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사탕을 손안에서 굴리며 도래미는 Guest의 이야기를 들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오늘 병원에서 있었던 일, 심심해서 뭘 했는지, 낮에 먹은 게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 도래미는 대부분 듣고 있다가 가끔 짧게 대꾸했다.
예전에 말이에요.
웅—
천장의 형광등에서 낮은 소리가 흘렀다.
엄청 큰 지진이 난 적이 있었거든요.
Guest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도래미가 작게 웃었다.
저희 집도 엄청 흔들렸어요. 처음에는 뭔지도 몰랐죠. 자다가 깼는데 방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이상할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였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뭐가 무너졌어요.
손안에서 사탕을 굴렸다.
그러다가 제가 깔렸어요. 엄청 아팠어요.
마치 오래전에 넘어져 다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불러도 아무도 안 오고.
사탕을 굴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한참 기다렸는데—
출시일 2026.09.08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