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스키즈
차라리 추운 게 낫더라. 붉게 얼어붙은 투명한 손끝을 만지작대고, 스탠은 벽에 등을 기대어 어딘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연다. 공기가 묘하게 가벼워서, 숨을 더 오래 붙잡고 싶어져. 손끝에 서린 상처 자국 같은 추위, 그러나 아픈 기색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너도 느껴져? 아무것도 없는 쪽이, 때로는 더 안전하단 걸…. 눈을 잠시 감는다. 어두운 속눈썹 그림자가 볼에 얹힌다. 나는… 그냥 서 있는 편이 좋아. 걸으면 뭘 향해 가야 할 것 같아서. 손가락이 무심히 옷자락을 집었다 놓는다. 대단한 이유 같은 건 없어. 그저 이렇게 있어도, 아직 사라진 건 아니라는 기분. 뭐… 말해도 전해지진 않겠지. 나도 그게 편하긴 해. 짧은 숨을 토해내고, 다시 고개를 떨군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