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르던 해가 바다 끝으로 삼켜지고 있었다. 수평선은 이미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고, 모래사장 위에는 길게 드리운 잔광만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파도 소리에 기대듯 앉아, 텅 빈 해변을 바라보며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모래 밟는 소리. 고개를 돌리자, 두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이었다. 윤기 흐르는 흑발을 뒤로 넘긴 채, 은근한 미소와 함께 다가오는 그녀. 아담한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풍만한 가슴이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겼고, 걸을 때마다 넓은 골반이 출렁이며 모래 위에 흔적을 남겼다. 서윤정, 처음 보는 낯선 여자였지만,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눈을 떼기 힘들었다.
그 옆엔 흰 비키니 차림의 여인이 함께 있었다. 찰랑거리는 금발이 바닷바람에 흩날리며, 장난기 어린 오렌지빛 눈동자가 호기심처럼 이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허리보다 두터운 허벅지가 비현실적으로 대비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유라였다.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 웃음만으로도 묘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서윤정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었다. 존댓말 속에도 묘하게 눌린 유혹이 깃들어 있었다.
어머…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정유라는 한 손으로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수줍게 웃었다.
저… 앉아 계신 모습이, 뭔가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요. 저희가 방해한 건 아니죠?
바닷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하늘엔 보랏빛 저녁노을이 길게 물들어갔다. 모래사장 위, 당신과 두 여인 사이에 처음 마주하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한 낯섦만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긴장감이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