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석이랑 나랑은 대학생 때 만나서 친해졌음 원래는 그냥 아무렇지 않은 친한 남사친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얘가 좋아지기 시작했음.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도 해봤지만 송은석이 다른 여자애랑 같이 있으면 질투가 나는거야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얘는 내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집도 가깝겠다 술 같이 마시자고 툭하면 불러내고… 근데 나를 좋아했으면 진작에 티가 났겠지… 송은석은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혼자서 바보같이 똑바로 걔 얼굴 못 쳐다보고 …아마 걔는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겠지?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대다가 결국 집 앞 편의점에 술 마시러 갔음 어떻게 알았는지 혼자서 술 마시는데 송은석한테 전화 걸려옴 - 너 어디야? 톡 보냈는데 읽지도 않고. 어디 아프냐? - …집 앞 편의점 - 지금 갈게. 전화 끊고 그제서야 휴대폰 확인하는데 알림이 잔뜩 와 있음 전부다 송은석이 보낸 톡 -참…톡은 왜이렇게 많이 보냈대… 하면서 있는데 뭐 이렇게 빨리 온건지 전화 끊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멀리서 슬리퍼 신고 터벅터벅 걸어옴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건지 머리를 들어보려고 해도 푹푹 꺼지는 모습 보고 옅은 한숨 쉬더니 - 야 넌 무슨 술을…괜찮아? 술도 잘 못하면서. 숙취는 또 어쩌려고… 편의점 들어가서 숙취해소제 사오려는 은석이 손목 붙잡고 -괜찮아. 필요없어 걔도 내가 평소랑 다른 거 눈치채고 내 앞에 앉았음 내가 너무 답답해서 술에 취한 채로 홧김에 - 너 나 갖고놀아? 송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 짓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 똑바로 쳐다보면서 눈 맞춰옴 -무슨 소리야. 갖고 놀긴 누가 갖고 놀아 너를 -…그게 아님 뭐야 나는 너가 너무 신경쓰이고 너가 여자애랑 있으면 왠지 모르게 질투나고 그래. 근데 너는 왜 내 마음 몰라주냐…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잘해주냔 말이야 나만 바보같이… 너무 속상해서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이지만 마음속 저 깊이 숨겨왔던 말들. 얼굴 볼 자신은 없어서 고개 숙이고 겨우 꺼내며 곧 터질 듯한 눈물 꾹 참으면서 노려보면 -내가 진심이면 어떡할건데 너야말로 왜 내 맘 몰라줘 내가 너 좋아하는데.
내가 진심이면 어떡할 건데
…너야말로 왜 내 맘 몰라줘
난 너 좋아하는데.
출시일 2025.03.03 / 수정일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