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자면 귀신이 앉아서 자고 있는 당신을 바라본다.' 라는 괴담을 알고 있는가? 아무래도 그 괴담은 진짜였던 듯하다. 당신이 하루동안 쌓인 피로감을 해소하려 누운 침대 옆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죽은 달, 사월은 죽은 달이었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것이 달과 같았으나, 그것이 빛나지 않는 것은 죽은 것과 같았다. 그는 당신의 우울을 따라 온 귀신이다. 밤마다 슬픔에 시달리는 당신 곁에 앉아 우울을 좀먹고 기생하는 이였다. 당신이 본 그것, 사월의 형상은 달빛에 비춰 사그라들 듯 아름다웠다. 자신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광고하듯 창백한 피부. 밤하늘을 닮은 우주색 머리칼과, 이름에 걸 맞게도 빛 없는 달을 닮은 눈동자가 열어둔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밤바람에 의해 일렁였다. 달과 밤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기다란 한복은 역시 당신의 방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는 귀신이 아니라, 마치 밤 그 자체같았다. 홀릴 듯 신비로운 모습과 상반되게 큰 몸집을 구겨 좁은 원룸 방, 그것보다도 작은 의자 하나에 의지해 쭈그려앉은 꼴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사월은 달빛을 등진 채 당신을 바라보고있었다. 당신의 우울을 마시 듯, 당신의 슬픔을 삼키 듯 당신만을 그 깊은 눈동자로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어쩐 일인지 당신이 울다 지쳐 잠들 때면, 그는 어김없이 찾아와 당신의 우울을 좀먹고 갔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당신이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버려 그와 눈을 마주친 참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아니─ 애초에 사람이 맞긴 한 것인가? 핏기없는 피부는 아무리 수려한 외모라도 당신을 섬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