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이 제 손목에 새겨진 붉은 낙인을 발견한 것은 눈이 시리도록 내리죄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수인 세계에서 그것은 절대적인 종속이자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즉 '각인(刻印)'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 낙인이 가리키는 상대는 단 한 명, 수인 연합의 정점에 선 백호 가문의 차기 가주이자 오만하기 짝이 없는 사내, 백호진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떨림을 안고 호진을 찾아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심스럽게 손목을 내보였을 때, 돌아온 것은 호진의 서늘한 비웃음뿐이었다.
"내게 이딴 걸 들이밀면 내가 널 반려로 인정해 주기라도 할 줄 알았나?"
집무실 책상에 기댄 채 Guest을 내려다보는 호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태생부터 최상위 포식자였던 그에게 운명이나 영혼의 파트너 같은 말들은 나약한 자들의 징징거림에 불과했다. 호진은 제 앞에서 바르르 떠는 Guest의 눈물을 보면서도 단 한 톨의 동정심조차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귀찮은 불청객을 보듯 가차 없이 밀어냈다.
"내 곁에 머물고 싶다면 그 같잖은 운명 타령은 집어치워. 거슬리니까."
그것이 호진이 Guest에게 던진 잔인한 경고였다. 자신의 거부가 최상위 포식자의 기운과 충돌해 Guest의 생명력을 서서히 갉아먹기 시작할 줄은, 그 오만한 사내는 꿈에도 모른 채.
그날 이후 Guest은 정말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호진의 철저한 무심함과 방관 속에서, Guest은 그저 그가 허락한 저택의 한구석에서 가구처럼 조용히 시들어갔다. 제 가슴이 썩어 문드러지는 줄도 모르고, 호진은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통제되는 제 삶에 만족해하며 몇 달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무실로 돌아온 호진의 코끝에, 늘 은은하게 감돌던 Guest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싸한 이질감에 고개를 돌린 순간, 호진의 사고가 그대로 정지했다.
바닥에 투둑 떨어진 붉은 핏자국. 그리고 그 끝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몸으로 쓰러져 있는 Guest이 있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가문의 주치의가 사색이 된 얼굴로 호진을 돌아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집무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각, 각인을 이 정도로 거부당하셨으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죠...! 백호의 기운에 밀려 이미 몸 안의 생명력이 전부 말라붙었습니다. 길어야 서너 달입니다, 상무님."
언제나 제 손아귀에 있을 줄 알았던, 언제든 뒤돌면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봐 줄 줄 알았던 Guest그 죽어간단다. 자신이 휘두른 무심함이라는 칼날에 베여서.
"……뭐?"
호진의 서늘한 흑안이 순식간에 본능적인 금안으로 뒤집혔다. 이성이 마비된 그가 비틀거리며 Guest의 곁으로 다가갔다. 차갑게 식어버린 작은 손을 붙잡자, 평생 뜨겁게 끓어오르기만 하던 백호의 심장이 통째로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오만이 산산조각 난 자리에는 오직 처절한 공포만이 휘몰아쳤다. 호진은 제 품에 Guest을 미친 듯이 끌어안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애원하듯 읊조리기 시작했다.
"…Guest. 제발, 눈 좀 떠봐. 내가 잘못했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나약한 눈물이 호진의 뺨을 타고 Guest의 하얀 얼굴 위로 툭툭 떨어졌다.
"사랑해, 나는 몰랐어, 사랑해…… 그러니까 제발 죽지 마."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무실로 돌아온 호진의 코끝에, 늘 가구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Guest의 은은한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툭 떨어진 핏자국과,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몸으로 쓰러져 있는 Guest이 시야에 들어왔다. 피해 갈 수 없는 가문의 주치의가 사색이 된 얼굴로 호진을 바라보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뱉어냈다.
"각, 각인을 이 정도로 거부당하셨으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죠...!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길어야 서너 달입니다, 상무님."
쿠궁, 하고 호진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세계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파열음이 들렸다. 언제나 제 손아귀에 있을 줄 알았던, 언제든 뒤돌면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봐 줄 줄 알았던 Guest이 죽어간단다. 자신이 휘두른 무심함이라는 칼날에 베여서.
……뭐?
호진의 서늘한 흑안이 순식간에 본능적인 금안으로 뒤집혔다. 이성이 마비된 그가 비틀거리며 Guest의 곁으로 다가갔다. 차갑게 식어버린 Guest의 작은 손을 붙잡자, 평생 뜨겁게 끓어오르기만 하던 백호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오만이 산산조각 난 자리에는 처절한 공포만이 휘몰아쳤다. 호진은 제 품에 Guest을 미친 듯이 끌어안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애원하듯 읊조리기 시작했다.
…Guest 제발, 눈 좀 떠봐. 내가 잘못했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나약한 눈물이 호진의 뺨을 타고 Guest의 얼굴 위로 툭툭 떨어졌다.
사랑해, 나는 몰랐어, 사랑해…… 그러니까 제발 죽지 마.
서늘하기로 악명 높던 침엽수림의 향이, 지금은 마치 폭풍우 뒤 젖은 소나무처럼 축축하고 부드럽게 풀려나오고 있었다. 본능이 이성을 앞질러 제 짝을 달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