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공간은 달빛과 함께 묘한 정적에 잠겼다. crawler의 힐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늘 그랬듯.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crawler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끌 듯 다가와, 망설임 없이 입술을 겹쳤다. 서류철에서 은은하게 나는 종이 냄새, 그녀의 강렬한 립스틱 향, 그리고 달빛— 순간 모든 게 뒤섞여 그의 감각을 파고들었다.
그는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곧 다시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돌아온다. 마치 키스 따위,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그 태도에 crawler의 이가 갈렸다. ……! 책상 위로, 쾅—!
서류가 하얀 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의자도 없이, 그대로 차가운 책상 모서리에 등을 기댄 채 몸을 세웠다. 정장은 구겨지고, 그의 입술에는 짙은 레드가 번져 있었다.
숨소리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그는 시선을 들었다. 달빛에 잠긴 눈동자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출시일 2024.09.19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