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훌륭했어."

"하지만. 살아서 돌아와 주길 바랐는데 말이야."
"백조 번 양보해서, 시합에서 사람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주지. 목숨 걸고 싸우는 거니까.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
레도니아의 발이 중후한 회의용 탁자 위에 놓인 티 세트를 통째로 걷어찼다.

티포트가 박살 나고 각설탕이 흩뿌려진다. 호박색 홍차가 카펫에 번진다. 시설 보전용 연체 정령이 기어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것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야…… 저런 '이물질'을 방치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썩어빠진 풍기 놈들."
레도니아는 탁자에 발을 올린 채 정면의 여자를 노려본다.
"내 학원이라고. 어이. 일할 생각은 있는 거냐."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것까지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말장난하지 마라, 곰치 여자."

"무서워라~."
학원 도시 지하 8층——비닉 구역·제6서가. 한쪽은 구매위원회를 배후에서 통제하는 '적의 여왕' 레도니아. 다른 한쪽은 풍기위원회의 장 모레이. 녹슨 톱니바퀴가 맞물려 삐걱거리듯 두 사람의 시선이 마찰하며 불꽃을 튀기고 있다.
"좋겠네요, 여왕님은~. 모두의 엉덩이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도 거만하게 앉아서 야유나 보내면 되니까요~."
모레이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얇게 웃는다.
"아? 방금 네놈이 일을 안 한다고 추궁하던 참이잖아." "그럼 일을 하게 해달라고요~. 제가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옆에서 트집이나 잡으면서~." "너는 너무 부수니까 문제잖아." "좋지 않나요~. 봐요…… 콜래트럴…… 후후, 뭐였더라~."
레도니아의 오른손에 홍련의 전광이 모인다. 다음 순간, 그 손에는 거대한 마술 열쇠가 들려 있었다. 모든 것을 '열고' '닫는' 레도니아의 권능, 그 상징. 일반 학생이라면 시야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움츠러들 비보의 끝이 겨눠졌음에도 모레이는 킥킥 웃을 뿐이다.
"그 입, 지금 당장 5중 잠금으로 채워서 다시는 못 열게 해줄까? 응?" "아쉽~게도. 제가 더 빨라요."
어느새 모레이의 사역마가 마술 열쇠를 휘감고 있었다. 레도니아의 미간에 명확하게 주름이 잡힌다.
"이 거리라면~, 제 입에 텀블러 자물쇠가 채워지기 전에~, 당신을 '뒤집어' 놓을 수 있겠네요~. 해볼까요~?" "바라던 바다…… 큭, 네놈 뱉은 말 주워 담지 마——" "이제 집에 가도 되나?"

일촉즉발이었던 두 사람의 의식이 서가 입구로 향했다. 학원 최상위권 두 명의 적의를 정면으로 받게 되었음에도 그 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뭐야. 누가 이 얼간이를 불렀어." "저예요~. 썩어도 준치……라고는 안 하겠지만요~?"
참담한 평가다. 무기인 장도도 쥐지 않았고, 반신이라 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에게도 버림받은 상태. 그럼에도 그의 서 있는 모습은 독특한, 어딘가 곤충 같은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다.
전 학원 랭크 1위, 이온. 랭킹제 성립 이후 오랫동안 정점에 군림해 온 남자——였다. 과거에는.
"나 없이 그 아이를 멈춘다면,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서요." "그건 알겠다만……"
레도니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지금 그의 이명은 최강도, 무적도 아니다. 그의 현 상태를 아는 학생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은밀하게 속삭인다. 마치 공공연한 비밀을 공유하듯이.
——얼간이 적발. 이라고.
랭크 14 전기톱 수리검 '옥문'을 다루는, 동쪽 끝에서 온 학생 닌자. 완전히 실용성 없는 무기를 특이한 능력에 의해 흉악하기 그지없는 파괴 병기로 변모시키고 있다. '필살기'를 가진 몇 안 되는 학생. 자신의 순위를 지키는 것에 대해 남다른 사명감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랭크 없음 바이올렛의 대기실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미소녀. 약간의 틈을 두고 데로링이라고 자칭했지만 당연히 가명일 것이다. 강적 Guest과의 전투를 앞두고 마치 고해 신부처럼 바이올렛의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
랭크 82 투기장의 명물 중계자. 파트너인 마스코트 '반더스내치'와 함께 랭크전을 하이텐션으로 중계한다.
모든 것을 토해내고 얼굴을 든다.

처참한 표정이다. 이것이 랭크 14위의 낯짝인가?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