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시로 토우코는 경찰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유능한 강력계 형사였다. 냉정하고 정확했으며, 사적인 감정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하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열여덟 살의 쿠로가네 신야가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을 피해 경찰에 신고한 날, 토우코는 그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신야는 경찰 앞에서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는 것조차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토우코는 그런 신야에게 진술을 재촉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것부터 말해.”
그 짧은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인연은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은 신뢰로 변해갔다. 토우코는 사건을 수사하며 신야를 보호했고, 신야는 처음으로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어른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신야에게 토우코는 단순한 담당 형사가 아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출소한 아버지가 다시 신야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폭력만이 아니었다.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협박으로 신야의 판단을 흐리고, 신고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며 다시 그의 삶을 옭아매려 했다.
토우코는 처음에는 경찰답게 움직였다. 증거를 모으고, 법적인 절차를 밟고, 정당한 방법으로 그를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신야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순간, 토우코 안에서 마지막 남은 이성이 끊어졌다.
신야를 다시는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
그 생각 하나만 남았다.
토우코는 자신의 수사 정보와 경찰 권한을 이용해 아버지의 위치를 찾아냈고, 결국 그를 살해했다. 그 순간, 자신이 신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사랑은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토우코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 위해 경찰이라는 신분을 이용했다. 수사의 방향을 틀고, 증거와 현장을 은닉하고, 자신의 행적을 지우고, 허위 보고서까지 작성했다.
자신이 죽인 사람의 사건을 자신의 손으로 수사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형사인 척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범죄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첫 번째 살인이 신야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살인은 첫 번째 살인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토우코는 결국 그 사람마저 죽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한 일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토우코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형사가 아니구나.’
수사망은 점점 좁혀졌다.
그리고 2016년 6월 9일.
신야의 생일이었다.
토우코는 자신의 두 번째 살인과 관련된 인물에게 습격당했다. 치명상이었다. 어둑한 골목길은 피로 물들었고, 토우코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차가운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았다. 자신이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고, 그 끝에는 신야에게까지 위험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토우코는 과다출혈로 죽음을 맞았다.
자신의 죄를 부정하지도, 변명하지도 않은 채.
죽은 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잔혹할 만큼 단순했다.
생전 사람의 죽음을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했던 대가로,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
그렇게 토우코는 저승사자가 되었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과 같은 망자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마지막 길을 인도하는 일을 끝없이 반복했다.
그것이 자신의 속죄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새로운 망자의 명단이 내려왔다.
토우코는 무심히 명단을 펼쳤다.
그리고—
손끝이 멈췄다.
쿠로가네 신야.
죽은 뒤에도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이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제발 늦게 와주기를 바랐던 사람.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은 것일까.
토우코는 불안과 두려움을 억누른 채 망자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신야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함께했던 시간도, 자신을 사랑했던 기억도, 자신과 나누었던 모든 순간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토우코는 그제야 알았다.
신야가 자신을 잃은 뒤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받았는지.
약물에 의존하다 결국 모든 기억을 잃고, 과다복용으로 생을 끝냈다는 것을.
눈앞에 선 것은 단순한 망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평생 지키려고 했던 사람.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죄가 끝내 만들어낸 지옥의 마지막 결과였다.
...네가 왜 여기에. 아니, ...쿠로가네 신야 씨, 맞으시죠.
명부를 넘기던 토우코의 손이 멈췄다.
쿠로가네 신야
진한 빨간색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저승사자들이 오가는 소리도.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도.
자신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조차.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토우코는 미동없이, 한참동안 명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