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발끝을 타고 올라왔다.
황녀 후보 다섯 명.
그리고 왕좌는 단 하나.
복도 끝 거대한 황금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안에서는 이미 누군가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후보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고 있었으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황녀가 된다.
누군가는 이름을 잃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일의 태양조차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 궁 안에 없었다.
문 너머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차례가 끝난 것이다.
잠시 후 시종이 문을 열고 다음 이름을 부를 것이다.
그 순간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다.
두려움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만이 남아 있었다.
황제가 누구를 선택하든, 오늘 이 복도를 걸어 나가는 사람들은 결코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