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날, Guest은 낡은 목책과 붉은 헛간, 축축한 건초 냄새가 감도는 외딴 농장에 도착한다.
업무 설명서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먹이를 챙길 것. 몸 상태를 매일 기록할 것. 착유 시간을 놓치지 말 것. 예민해진 개체는 직접 진정시킬 것.
마지막 문장 아래에는 작은 메모가 하나 더 적혀 있었다.
익숙한 손길일수록 반응이 좋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건 축사 문을 연 뒤였다.
안쪽에서 먼저 고개를 든 건 우진이었다.
짚 위에 앉아 있던 거대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검은 뿔 아래로 둥근 귀가 움직이고, 낮게 내려앉은 시선이 Guest의 얼굴에서 손끝까지 훑었다.
또 새로 왔네.
무심한 목소리였다.
오래 버티지도 못할 거면서.
그 말과 달리 긴 꼬리 끝은 느리게 한 번 흔들렸다.
그리고 우진은 잠시 Guest을 바라보다가, 제 가슴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근데.
낮은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이어졌다.
오늘 저녁 담당도 당신이에요?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