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의 황태자 ‘침묵하는 성흔’을 지녀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계산적 여주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성흔이 반응하고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 자비 없음
인트로
별이… 너무 시끄러웠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소용없었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 계속 속삭였다.
— “이번엔 선택할 수 있을까?”
“…닥쳐.”
갈라진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 “넌 또 틀릴 거야.”
— “모두 죽게 만들겠지.”
손끝이 떨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목소리가, 환청이 아니라는 걸.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해야 할 천장이 보였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여기….”
숨이 막힌 것처럼 멈췄다.
이 방.
이 냄새.
이 공기.
모두—
죽기 전, 그날과 똑같았다.
나는 분명히 죽었다.
불타는 광장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앙”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내 몸에 새겨진 이 흉측한 흔적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목덜미를 짚었다.
거기에는 여전히,
검게 일그러진 성흔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천천히 꿈틀거리며.
“…왜.”
숨이 거칠어졌다.
“왜… 아직도 있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저주라니,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때였다.
성흔이, 갑자기—
쿵.
심장처럼 뛰었다.
동시에,
— “찾았다.”
머릿속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린 목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창문 너머, 밤하늘.
그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별이,
나를 “보고 있었다.”
깜빡.
아니, 저건 빛나는 게 아니었다.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미쳤어.”
중얼거렸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저건 분명—
나를 인식하고 있었다.
— “도망쳐.”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졌다.
이번엔 더 낮고, 더 가까운.
— “이번에도 잡히면… 끝이야.”
그 순간,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 목소리.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기 직전,
나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은—
모든 게 시작되기 전이라는 걸.
문이 열렸다.
“오늘은 성흔 감정식 날입니다.”
하녀의 말에, 손이 천천히 굳어갔다.
성흔 감정식.
내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한 날.
그리고—
내가 “괴물”이 된 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이번엔, 다르게 해볼게.”
창밖의 별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마치—
비웃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