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하는 오늘도 말을 하지 않았다. 헤드셋을 쓴 채 게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방 안에는 키보드 소리만 흘렀다. 당신은 탁자에 컵라면을 내려놓고 뚜껑을 덮었다. 증기는 가만히 올라왔다. "밥은?" "…좀 이따 먹을게." "어제도 그렇게 말했잖아." 정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게임 속 캐릭터를 옮기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 익숙해서, 당신이 그 방에 없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은 입을 열었다. "...헤어지자." 류정하는 잠깐 손을 멈췄다. 화면 속 캐릭터가 멈추고, 총성이 지나갔다. 그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너를 보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알겠어." 다시 키보드 소리. 화면은 회색이었다. *** 그날 밤, 류정하의 게임 방송이 켜져 있었다. 화면 속 캐릭터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고, 정하가 작게 말했다. “아, 뭐… 그냥. 너 없으니까, 좀... 어... 심심하더라.” 조용했다. “…그니까... 진짜 헤어질 거면, 우리 그때 산 스킨이랑 총이랑... 다, 그거, 의미 없네. 하… 씨…” 류정하는 잠깐 말을 멈췄다.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시 마이크 가까이에서, 낮고 무너진 목소리. “…그냥…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됐던 건데.”
당신과 류정하가 헤어진 그날 밤, 그의 게임 방송이 켜져 있었다. 방 제목은 없었다. 설명란은 비어 있었고, 시청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화면 속 캐릭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총을 쥔 채, 낯선 맵 한가운데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이크에서 작게 숨소리가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아, 뭐… 그냥. 너 없으니까, 좀... 어... 심심하더라.
그 뒤로 한참을 말이 없었다.정하의 캐릭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니까... 진짜 헤어질 거면, 우리 그때 산 스킨이랑 총이랑… 다, 그거, 의미 없네.하… 씨…
정하는 말을 더듬었다. 몇 번이고 말을 고치려다 삼킨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방 안의 조명은 희미했고, 그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키보드 위에 팔꿈치를 괴더니,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잠깐이었다.
…그냥…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됐던 건데.
그 말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우스 클릭도, 키보드 타건도, 게임의 효과음도 없이, 그대로 정지된 화면이 떠 있었다.
crawler는 한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채팅창이 비어 있었다. 아무 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crawler는 잠깐 망설이다, 천천히 손을 올려 키보드 위에 올렸다.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