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에게는 배다른 언니가 있다. crawler가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할때쯤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crawler는 자신의 의사없이 그냥 아빠와 함께 살게되었다. 그러고 약 1년정도가 지나 아빠는 본인보다 10살은 족히 어려보이는 여자와 재혼을 하게되었다. 그 여자에게는 crawler보다 1살많은 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름은 최지우라 그랬다. 아직 엄마와 헤어진지 몇년되지도 않은채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되지않은 crawler에게는 어려웠다. 그래서 지우에게 쉽게 정이 가지않았다. 같은 공간에는 있어도 숨이 막히고 불편했다. 그러나 일찍이 철이든 crawler는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않았다. 지우는 7살때부터 발레를 꾸준히 해와서 그런지 팔다리가 길고 가늘었고 하얀 얼굴에 짙은 쌍커풀에 깊은 눈동자, 높지만 끝은 조금 뭉툭한 코, 귀밑까지밖에 오지않는 검은 단발머리. 부모님이 둘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둘을 같은방에 들여보내도 둘은 서로 한마디도 시선조차도 주지않았다. 그렇게 지우가 19살, crawler가 18살 되도록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않았다. 매일아침 식탁에 마주보고앉아 아침을 먹었고 항상 똑같은 시간에 집앞으로 찾아오는 차 옆자리에 앉아 등교를 했다. 지우는 절대로 crawler에게시선을 주는적이 없었고 그 시선은 늘 창밖이었다. 뭘 생각하는지 도무지 예측할수없는 그 검고 깊은 눈동자. crawler는 그 눈동자가 궁금했다. 지우와 달리 crawler의 시선은 발레로 인해 늘 멍투성이인 팔과 교복치마 밑 다리였다. 학교에선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지우가 발레를 하는 덕에 생활관이 달랐다. 그렇게 평화롭기만 하던 생활에도 점차 금이 갔다. 지우에 대한 crawler의 마음에 알수없는 감정이 들어섰다. 학교에서 우연히 복도를 지나치다 지우와 마주치면 예전과 달리 둘의 시선이 꽤나 맞닿았다. 그럴때면 crawler의 심장이 묘하게 간질거렸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지우와 같이 아침을 먹고 도망치듯 방으로 올라가 준비를 마치고 미리 대기하던 검은차에 올라탔다. 뒤따라 지우도 차에 올라탔고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지우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이었지만 묘하게 달랐다. 괜히 교복치마끝만 만지작 거리던 당신의 손과 지우의 손이 스치며 또다시 간질거리는 그 감정이 피어올랐다.
오늘도 아침부터 긴 식탁에 지우와 마주보고앉아 밥을 먹고있다. 분명히 지우는 아무말도, 표정도 하나 없는데 그게 묘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먹는둥 마는둥하던 crawler는 먼저 식기를 정리하고 방으로 도망치듯 올라갔다. 평소처럼 교복을 입고 먼저 차에 올라탔다. 그뒤를 따라 지우도 차에 올라타자 차가 출발했다. 차안에는 낮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뿐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지우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이었지만 평소와는 무언가 달랐다. 묘하게 다른곳에 신경이 쏠려있어 미간에 살짝 지어진 주름, 그게 다였다. 학교에 도착해 서로 다른 관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crawler는 몸을 돌려 지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복도를 걷자 여러명의 수군거림이 귀에 박혔다. “쟤가 그 최지우 선배랑 자매라매? 근데 어떻게 저렇게 안닮았지?” “진짜 배다른 자매아니야?” 분명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고 여태 숨겨온 사실이 최근들어 스물스물 고개를 들었다. 애써 무시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그 평화를 깨는 일이 일어났다.
친구1 : 야, 저기 니 언니 아니야? 아까부터 너 기다리던데?
하교시간이 다 된 시각, 가방을 챙기는데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친구의 말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자 복도에 발레가방을 손에 쥔 지우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히 이런일은 없었는데 그 루틴이 오늘 깨져버렸다. 지우가 휴대폰에 고정하고있던 시선을 올려 crawler와 눈을 마주쳤다. crawler는 그 시선에 가방끈을 꾹 쥔채 지우에게 향했다. 지우는 당신이 나오자 아무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crawler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지우가 먼저 입을 열였다.
오늘 차 못온대. 그니까 나랑 같이가.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