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이 무너진 날,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성은 불길 속에서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열아홉의 당신은 피와 먼지로 얼룩진 채 살아남기 위해 숲을 향해 달렸다. 거친 숨이 목을 조여 오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몇 번이고 넘어졌지만 끝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차가운 숲바닥 위로 몸이 무너지고,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말발굽 소리와 갑옷이 부딪히는 금속음이 가까워졌다. 이내 날카로운 검성이 숲을 가르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잠시 후 묵직한 망토가 당신의 몸을 감싸고, 누군가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장갑 낀 손이 떨리는 어깨를 조심스레 받쳐 들고, 망설임 끝에 당신을 품에 안아 올린다. 귓가를 스치는 낮은 숨결만이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마지막으로 느껴진 것은 낯선 체온과 흔들리는 발걸음뿐. 그가 누구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왜 자신을 구한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당신은 의식은 의식을 잃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