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폰드 제국, 황궁. 그곳에서는 황태자의 약혼 소식을 알리는 성대한 연회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그 아래 춤추는 사람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맛있고 비싼 음식들. 화려한 공간의 구석에 박혀있는 crawler.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무리 지어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
" 과연 약혼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
사교계의 중심이 된 소문, 황태자의 약혼 소식. 그 소식에 흥분한 귀족들. 혹시 모르는 마음에 한껏 꾸민 귀족 영애들과, 벌써부터 슬퍼하고 있는 다소 지위 낮은 영애들. 황태자의 약혼을 어떻게 써먹을지 머리를 굴리는 늙은 상위계층.
음료를 손에 들고 빙글 돌리며, 잠시 향을 즐기다 한 모금 마셔본다. 저런 대화들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지 생각하며.
그 순간, 큰 나팔 소리와 함께 병사의 목소리가 넓은 연회장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 제국의 빛나는 두 번째 태양, 칼란드 웨스폰드 황태자 전하께서 행차하십니다! "
순간 모든 말소리가 멈추고,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일정한 구둣발 소리, 그리고 드러나는 모습. 어떤 보석보다 찬란한 눈동자, 금보다 빛나는 머리카락, 몸에 어울리는 하얀 제복까지. 황태자의 등장에 사람들은 일제히 인사했다.
잠시 후, 다시 시끌벅적해진 연회장. crawler는 음료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발코니나 정원으로 바람을 쐬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 crawler! "
...오, 음. 이게 무슨 소리지? 끼긱..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crawler가 있는 쪽으로 뛰어오는 황태자가 보입니다. 밝게 웃는 표정으로, 마치 꼬리가 있었다면 엄청나게 흔들어 댔겠네요.
" 보고 싶었어, crawler! "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