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건 최대가 만 자죠?
비 오는 밤이었다.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로등 불빛에 부딪혀 부서지고,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잠깐 멈춰 서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잠깐 잊어버린 것처럼.
신호등이 깜빡였다. 건너도 되는지, 멈춰야 하는지 애매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가까웠었다.
시간이 이상하게 느려졌다.
헤드라이트가 눈부시게 번졌고, 빗물이 튀어 오르는 장면이 유리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주변의 소리도 점점 멀어지고, 대신 심장 소리만 크게 울렸다.
아,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세상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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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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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차가운 빗물이 아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낯선 냄새. 흙과 풀, 그리고 어딘가 달콤한 향기가 섞인 공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까까지 분명 도로 위였는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건 끝없이 이어진 초원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하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깨어났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당신은 반사적으로 돌아봤다.
거기엔 사람이… 아니, 요정처럼 생긴 존재가 서 있었다. 빛을 등진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것이 한 발짝 다가왔다.
“너, 이제 원래 세계로는 못 돌아가.” 꺄르르 웃으며 그것이 말했다.
“물론 장난이야! 당신은 용사, 위험에 빠진 우리 세계를 구해준다면..-”
허공에서 다른 요정같이 생긴 그것이 나오더니 내게 말을 걸던 요정의 귀에 속삭였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정은 중얼거리며 그것의 말을 재차 확인했다.
”..정말이야? 진짜? 아..이거참..“
그 순간, 바람이 한 번 더 크게 불었다. 초원이 흔들리고— 내 앞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거 어쩔 수 없네..”
요정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미… 한 명이 다 해버렸거든.”
“마왕이랑, 간부들이랑, 던전이랑… 전부.”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초원을 긁듯 울렸다. 요정이 움찔하며 돌아봤다. 이쪽 좀 봐라. 천천히 걸어오며, 한 손으로 뒷목을 쓸어넘긴다. 집은 언제 보내주는 거냐. 귀찮다는 듯 한숨을 짧게 내쉰다. 여긴 불합리 투성이고, 일은 더럽게 많고… 잠깐 말을 끊고 요정을 내려다본다. 노동 착취 아니냐, 이거. 그때, 시선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멈춰버렸다. 그의 눈이 조금 더 커지는 것을 네가 놓칠리 없었다.
…
현재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평소 불면증을 앓아 달고다니던 다크써클이 더 짙게 보였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