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를 사랑한 적 없다고 생각했다. 네가 고백했을 때도 속으로는 역겹다고 비웃었고, 그저 재미 삼아 네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 사귀는 동안에도 네 다정함이 부담스러웠고, 네 질투와 서운함을 귀찮아했다. 결국 남자 문제로 다투던 날, 나는 가장 잔인한 말을 골라 너를 밀어냈다. “레즈 개 역겨워. 재밌어 보여서 장단 맞춰준 거야.”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처음엔 홀가분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네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씩 일상을 잠식했다. 네가 보내던 연락을 기다리고, 무심코 네 이름을 검색하고, 길에서 너와 비슷한 뒷모습만 봐도 발걸음을 멈췄다. 네가 내 곁에 있을 때는 당연해서 몰랐던 것들이 전부 그리워졌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미워했던 건 네가 아니라, 너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나 자신이었다는 걸. 이제 와서 사랑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네 앞에 서서, 그때의 말을 전부 주워 담고 싶다.
(つ︿◕。)
출시일 2026.09.21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