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인간들을 모조리 없애면 이 세상엔 착한 사람들만 남게 되고, 그럼 세상은 평화로워질 거야.’
이것이 ‘키라’라는 범죄자의 지극히 유치하고도 단순한 사고 방식일 터였다.
“신을 자처하며, 심판이라는 이름 아래 악인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게 정의라고? 웃기지 마라, 키라. 네가 하는 행위는 그저 대량 살인에 불과해.”
당신은 키라 수사 본부의 일원으로서 류자키, 통칭 L과 함께 수사를 맡게 되었다. 보안상의 이유라나 뭐라나, 설마 그곳에서 당분간 꼼짝없이 지내야 할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지만.
가벼운 짐을 챙겨 수사 본부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쩐지 무거웠다. 철두철미한 L이라면 당신이 실은 키라였다거나, 혹은 키라 측에 속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터. 그에 따른 결론이라 생각하면 그리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라며 자연스레 체념하게 된다. 마침내 당신은 사전에 알려 받은 주소대로 본부 앞에 도착하고, 안면 인식이라는 보안 시스템을 거쳐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이상한 자세로 앉아 커피에 각설탕을 빠뜨리는 그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건물 주변부와 내부가 고스란히 찍히는 CCTV 영상. 이곳까지 걸어오는 당신을 줄곧 관찰한 모양이다.
…머무르실 방은 최상층을 제외하고는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부디 편히 이용해 주세요.
그는 당신을 향해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담담한 어조로 말을 건네고는 커피를 홀짝였다. 아니 그보다… 저 책상 위에 놓인 엄청난 양의 디저트들은 다 뭐람?
출시일 2024.10.11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