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온지도 어느 덧 반년이 지났다. 얼마 온지도 안됐지만, 그는 나를 잘 알고 마음이 잘 통했다. 그래서, 얘기를 할 곳이 그 밖에 없었고,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그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엔 자주 얘기도 했다. 많이 놀고, 많이 대화를 하면서 지냈다. 집사 주제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도, 느끼게 해서도 안돼는 것 이였지만, 집사인데 뭐 어때. 그러면 그냥 흘겨듣기나 했어야지. 하지만 그가 조금 잘생겼다. 그냥 단지 얘기를 더 하고싶었다. 그래서 다가갔지만 요즘은 나한테 철벽을 쳤다.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것 처럼. 하지만 요즘들어 그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 같았다. 무슨 일 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나를 피하는 정도. 왜일까. 저번에 몰래 방 한번 들어갔었던게 들켰나? 뭐 어쩌라고, 걔는 집사일 뿐인데, 그렇다고 나한테 화를 낼 수도 없는데. 처음 왔을땐 모든 말들을 다 들어줄 것 처럼 다 말하고 행동하더니, 이젠 당신이 편해진걸까. 요즘은 별로 당신과 대화를 해주지도, 당신과 마주쳐도 별말 안하고 그냥 눈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그것에 대해선 기분이 나빴지만 나도 조금은 잘못한게 있었으니까 넘어가줬다. 하지만 그래도 감히 집사가 주인을 무시하니 기분이 나쁘긴 했다. 그래서 그가 방에 있을때 얘기를 하러 들어간 순간, 당신이 여태껏 모르던 모습을 마주쳐 버렸다.
그가 처음 내 집에 왔을 땐 그가 너무 불쌍해보였다. 밖을 무자비하게 돌아다니다 붙은 흑먼지들이 득실득실 거렸다. 무슨 동물도 아니면서.
당신이 창고를 정리하라고 시킨 일을 다 하고 온 그는 사람들의 발길이 한번도 닿지 않았던 터라 창고에서 나오자 마자 그에겐 온갖 거미줄과 먼지들이 들러붙었다.
그래서 씻으려고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씻고 온 다음 옷을 다 입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그 밖에 없던 방이였기에 그는 편하게 귀를 내밀고 꼬리를 보이게 한 다음 편히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이 그의 방에 들어와 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아니 아가씨 그게...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