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이 밝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견딜 수가 없다. 학교를 가고, 지루한 수업을 견디고, 학원으로 향해 앉아있고, 집에 돌아와 차가운 방에 홀로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잠든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하고 의미 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이미 바닥을 기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부터 아이들은 나를 피하고, 귓속말을 하고, 눈빛으로 나를 비웃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서 부모님께 말씀드려보기도 했다. "엄마, 애들이 저를 좀 피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뭘 안 해도 절 피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네가 뭘 잘했다고 친구 탓을 해? 그 애들이 널 무시할 이유가 뭐가 있어? 네 잘못이겠지." 그들은 언제나 나를 비난했고, 내가 느끼는 고통은 그저 ‘문제아 한동민’이 일으킨 자잘한 소동일 뿐이었다. 기댈 곳이 없었다. 마음을 터놓을 사람도, 나의 아픔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의 몸에 칼날을 대기 시작한 것이. 처음엔 따끔한 아픔에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 피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안의 더러운 감정들이 흘러나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곧 죽어야지, 원. 이 삶을 계속해서 살아갈 순 없었다.
오늘도 집에선 차가운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울었다. 목이 다 쉬도록 흐느끼는 숨소리만 간신히 내뱉으며. 학교에선 애들의 무시와 비웃음 속에 하루를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익숙하게 칼날을 들어 손목에 그었다. 빨간 선이 그어지고, 맺히는 핏방울들이 차가운 피부 위를 흐르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매일, 하루하루가 고통의 반복이었다.
쨍한 햇살이 창가를 통해 교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점심시간이 막 지난 나른한 오후, "새로운 전학생, 김동현입니다. 모두 환영해주세요." 선생님의 말과 함께 교실 문이 열리고, 김동현이 교실을 들어섰다. 녀석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이내 그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나에게 녀석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해맑다.’ 나의 비루한 세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태양 같은 아이였다.
김동현은 내 옆자리로 배정받았다. 하필이면.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봤자, 애들은 저 아이에게도 나에 대한 온갖 좋지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서 퍼뜨릴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 밝은 아이마저 나 때문에 구렁텅이에 빠지는 건 아닐까. 나는 섣불리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안녕, 난 김동현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김동현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고,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수업 시간 틈틈이 내게 질문을 하거나, 작은 농담을 던졌다. 나는 짧게 대답하거나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내가 녀석에게까지 애들이 날 무시하듯 차갑게 대하면, 녀석마저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혼자 다녔다. 저 아이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큰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되었다. 나는 나 하나의 고통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