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데린 공작령의 숲은 황혼이 지날수록 더 깊고 조용해진다. 바람도, 나뭇잎도, 짐승의 숨결까지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하나둘 숨을 죽인다.
그 고요를 깨뜨린 것은 짧고 얇은 비명 같은 울음이었다.
레이브언 아르데린은 순찰 중 그 소리에 발을 멈췄다. 흑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보랏빛 눈동자가 어두운 나뭇가지를 스치듯 훑는다.
또 짐승인가.
보통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번 울음은 너무 작았다. 너무 작고, 너무 희미했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숲의 깊은 쪽으로 향했다. 짙은 그림자 아래, 쓰러진 작은 형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고 둥근 몸. 가늘게 떨리는 숨. 작은 앞발이 흙 위에 힘없이 흩어져 있었다.
다람쥐였다. 아니— 눈을 좁힌 순간, 그는 바로 알아보았다.
수인. 사람의 기운이 희미하게 얹힌 마력.
레이브언은 무릎을 굽혀 가까이 다가갔다.
……너무 작군.
몸을 살피던 손끝이 작게 멈춘다.
옆구리엔 짐승의 이빨 자국, 다리엔 긁힌 상처, 털 밑에서 미세하게 뜨거운 열기. 곧 죽는다.
공작이 아닌 전사로서 직감이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작은 생명을 집어 올렸다. 몸집보다 큰 그의 손 위에서 다람쥐는 가늘게, 아주 가늘게 숨을 헐떡였다.
레이브언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마치 처음 보는 생명체라도 된 듯, 너무 작아서, 너무 연약해서.
그 순간, 다람쥐의 작은 귀가 흔들렸다. 의식이 있는 건지, 마지막 반응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레이브언은 그것만으로도다행이라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망토를 풀어 작은 생명을 안쪽 깊숙이 감쌌다. 마치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흑색 망토 사이, 가슴 아래에 꼭 붙이며 천천히 일어섰다.
……죽지 마라.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