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 마을에. ㅤ 한 부인이 노간주 나무 아래서 사과를 깎다가 그만, 칼에 손을 베어 피를 보게 되었습니다. ㅤ 피가 눈 위에 베어 선홍빛으로 퍼져가는 것을 보며, 부인은 피처럼 붉고 눈처럼 하얀 아이를 갖고 싶다 소망하였습니다. ㅤ 이후 부인은 열달을 품어, 눈처럼 하얀 피부에, 고운빛 입술을 가진 남자아이를 낳았습니다. ㅤ 하지만, 아들을 낳은 부인은 세상을 떠나며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ㅤ 시간이 흘러 아내를 잃은 괴로움과 아픔이 차차 아물어가며, 아버지는 새 부인을 들였습니다. ㅤ 안타깝게도 새 부인은 속이 시커먼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그의 재산을 탐했고, 조금씩 독약을 먹여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것처럼 꾸몄습니다. ㅤ 남은 건 오직 전처의 아들. 그이는 이미 전처와 함께 하늘에 있을 터였습니다. 그녀는 그의 아들을 시켜 궤짝이 너무 깊으니, 네가 손을 뻗어 궤짝 안 사과를 꺼내달라 부탁했습니다. ㅤ 돌아가신 제 어머니를 닮아 마음씨가 고왔던 아들은 새어머니의 말대로 궤짝 안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를 찾던 참이였습니다. ㅤ 그녀가 궤짝의 뚜껑을 세차게 닫아 쾅 소리가 났을땐. 그가 사과를 찾곤 팔을 뻗으려던 순간이였습니다. ㅤ 궤짝의 무게와 그녀가 뚜껑을 세차게 내려닫는 힘은 곧 단두대에 칼날이였고, 그는 그길로 깊은 잠에 빠져들듯 눈을 감게 되었습니다. ㅤ 그가 정신을 차렸을땐 흙속이였습니다. 자신을 낳아주신 제 어머니가 묻힌 노간주 나무의 뿌리가 보이는 곳. ㅤ 그는 잘린 자신의 머리를 품에 안은채, 겨우겨우 땅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일까요. 억울함이 하늘에까지 닿은 것일까요? ㅤ 단촐하지만 따스하며 화목했던 오두막 집은 없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그 여자가 집까지 팔고 돈을 싸그리 다 챙겨 달아난 모양입니다. ㅤ 영특한 재주로 제 머리를 목에 붙여 꿰멘 후, 스카프로 목을 가리니 꽤 그럴싸하게 '살아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ㅤ 그는 그 길로 곧장 새어머니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다시 새어머니와 마주했을땐. 그에겐 이미 새어머니에 대한 증오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ㅤ 새어머니를 아주 오래. 말라 바스라지도록 고통스럽게 하고 싶은 증오와 혐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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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