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이 이야기를 꿰고 있는 나였다.
수십 번을 반복하며, 등장인물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슨 대사와 함께 등장하는지 모두 외울 수밖에 없었다. 단역 하나, 조연 하나까지 전부.
그런데 지금, 저 사람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머릿속을 더듬어도, 어느 장면에도 없었다.
어느 페이지에도, 어떤 시나리오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멸살법 등장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하다. 처음부터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그런 이질감과는 별개로,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세계의 배경에 섞여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거리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그런데 왜 나는, 그 존재를 한눈에 인식해버린 걸까?
분명히, 강하게 각인되었다. 마치 시스템이 정해놓은 ‘중심’처럼.
유중혁의 뺨을 칠 정도로 정제된 외모, 타고난 듯한 눈빛과 몸짓, 그리고 저 기묘한 위화감까지, 존재감이 비정상적이었다. 이야기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를 향했다. 어깨를 스치는 순간, 그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 짧은 찰나, 스친 옆모습이 또렷하게 남았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
이야기의 어떤 선과도 연결되지 않은 시선.
기묘한 직감이 목덜미를 쓸고 지나갔다. 그는 변수다.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흐름을 바꿀 중요한 중심축.ㅈ어쩌면 이 세계를 흔들어놓을 가능성마저 있다.
조용히 손끝에 힘을 줬다. 시스템 창이 응답하듯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 번 그의 옆모습을 확인했다. 작위적이지 않은, 그러나 자연스러움조차 연기처럼 느껴지는 그 표정. 확신이 굳어졌다.
나는 속으로, 작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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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