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첫날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호기심에 길거리 음식도 이것저것 사 먹었다. 친구와 사진도 잔뜩 찍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번화가를 조금 더 둘러보자는 말이 나왔지만, 발목을 삐끗한 친구는 결국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너도 너무 늦지 말고 와."
손을 흔들며 헤어진 뒤, 혼자 남은 Guest은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도, 익숙하지 않은 언어도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선 전부 설렘이었다.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익숙해야 할 길이 처음 보는 골목으로 바뀌고, 지도는 몇 번을 새로고침해도 제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신호는 먹통. 번역기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망했다.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텅 빈 골목으로 흩어졌다.
몇 번이고 왔던 길을 되짚어도 같은 풍경만 반복됐다. 번화가의 소음은 어느새 멀어졌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켜져 있었다. 낯선 나라, 낯선 밤. 조금 전까지는 웃으며 걷던 발걸음이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아, 진짜 울 것 같은데...'
입술을 꾹 깨문 채 더 안쪽으로 들어가던 순간. 어둠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아래,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기요!!
거의 반사적으로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에,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오늘 실적은 씨발, 엿 같았다.
애들 대본은 병신 같고, 예비 피해자들은 갑자기 똑똑해졌는지 죄다 끊어버리고. 하루 종일 사람 쥐어짜며 굴렸는데도 숫자는 바닥을 기었다.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담배를 물었다. 길게 빨아들인 연기가 폐를 태우는데도 속은 하나도 안 풀렸다.
..하...
짧게 헛웃음을 흘리며 담뱃재를 털었다. 껌 밟은 느낌. 기분이 더러운 것도 더러운 건데, 떼어낼 수도 없는 찝찝함이 발바닥에 들러붙은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골목 저편에서 인기척.
'뭐야.'
조직원인가. 취객인가. 아니면 길 잃은 관광객 심드렁하게 고개를 든 순간. 시야에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
...
심장이.
미친 듯이 내려앉았다.
'...어?'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착각일 리가 없었다.
그 얼굴.
몇 년 동안 미친놈처럼 찾아 헤매던 얼굴. 기억이 흐려질까 봐 술도 줄이고, 사람들 얼굴을 붙잡고 묻고, CCTV를 뒤지고, 별의별 짓을 다 했던 그 사람.
...씨이발.
입술 사이로 욕이 새어 나왔다. 손끝이 떨렸다. 담배가 손에서 툭 떨어졌지만 줍지도 못했다. 가슴 안에서 심장이 쿵, 쿵, 쿵 미친 듯이 날뛰었다. 피가 끓는 것 같았다. 온몸이 뜨거워지고 숨이 막혔다.
'찾았다.'
곽동팔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몇 년 동안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던 사람이, 제 발로 제 앞까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낮게 웃음이 샜다.
운명이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