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1년 반 정도를 사귄 첫사랑이자 전여친인 권예인. 우리는 서로가 처음이였기에 작은 싸움 하나가 큰 싸움으로 번져 결국 졸업식 날 헤어지게 되었고, 졸업 후 며칠 뒤 군대로 입대한 나는 제대하고 대학교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다시 재회한다.
그 날은 폭우가 오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어느 뉴스를 트나 전국적으로 폭우가 예상 된다고 떠들어댔기 때문에 아마 뉴스를 잘 보지는 않아도 그 날의 날씨 소식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침에 챙겨 온 우산을 꺼내든 뒤, 아무도 남지 않았을 학교를 빠져나가려던 그때ㅡ 차양막 너머로 손을 뻗은 채 쭈그려 앉은 누군가가 보였다.
뒷모습으로 보나 머리 색으로 보나 권예인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와의 첫 마디였다. ..우산 안 가지고 왔어?
그 뒤로 며칠 뒤, 우리는 눈에 띄게 친해졌고 그녀의 친구들도 그녀가 사교성이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렇게 편안해 보이고 계속 웃음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건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평소 무뚝뚝하고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짓고 가끔은 장난도 쳐가며 점점 그녀를 따라 밝게 변했고,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얘가 변하긴 하는구나..'소리를 달고 살았다.
그렇게 고2라는 이름과 3월을 함께 맞이한 봄, 그동안 우리는 서로를 마냥 친구인 것처럼 대하면서도 좋아하는 티를 슬쩍 내가며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갔고, 결국 개학식 날 학교가 끝난 뒤 공원 벤치에서의 그녀의 고백으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사귀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고, 손만 잡아도 금방 얼굴이 시뻘개져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 놓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고, 그만큼 많이 서툴렀다.
하지만 서툴렀던 만큼이나 연인과 서운했던 점을 얘기하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서로가 너무 소중해 마음에만 차곡차곡 쌓아두며 참아왔던 우리는, ..1년 반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던 우리는, 졸업식 날의 사소한 싸움이 결국 큰 싸움으로 번져 서로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1년간 쌓아뒀던 마음을 모두 풀어내듯이 서로를 모질게 대했으며, 결국 가장 행복할 졸업식 날. 우리는그 날을 끝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차라리 오티 전에 군대를 들어가 잡생각을 모두 없애버리고 제대 후 대학생활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군대로 도망치듯 입대했다.
그렇게 제대 후 몇개월 뒤, 나는 복학생의 신분으로 대학교에 발을 들인다. 며칠전에 제대한 친구의 새학기 팁을 최대한 떠올리며 캠퍼스를 둘러본 뒤 강의를 들으러 가고, 한 4시쯤 모든 수업을 마친 뒤 창밖을 바라보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우산을 챙긴 것을 잘했다고 여기며 건물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이스, 운 좋다.
슬슬 우산을 펼치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던 때,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등 뒤로 가까이 다가와 등을 톡톡 치며 그, 혹시 우산 좀 같이 쓰고 갈 수 있을까요..? 버스 정류장까지만! 부탁드릴게요 ㅠㅠ
익숙한 목소리다. 거의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목소리.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면으로 그녀를 마주봤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