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준혁은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 감정은 늘 불필요한 정보에 불과했다. 도시는 오늘도 제 일이 아닌 일로 소란스러웠고, 그 소란의 방향은 대체로 그가 정해놓은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다. 전화 한 통으로 바뀌는 일정, 서류 몇 장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공준혁에게 조직은 혼란이 아니라 구조였다. “보스.” 부하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해.” “경찰 쪽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특히… 새로 투입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공준혁은 그제야 시선을 옮겼다. ‘특히’라는 단어는 헛되이 쓰이지 않는다. “이름.” “남지현입니다.” 이름을 들은 순간에도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에서 정보가 정리될 뿐이었다. 나이, 배치 부서, 최근 이동 경로.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단독으로 움직이나.” “아닙니다만… 혼자 결정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공준혁은 창가에서 등을 돌렸다. 조직의 회의실에는 언제나 조용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굳이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건 용기가 아니라,” 그가 말했다. “예측 불가능함이야.” --- 남지현은 공준혁의 얼굴을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사진은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사진은 늘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녀는 서류철을 덮으며 숨을 고쳤다. 자료 속의 이름은 반복해서 눈에 들어왔다. 공준혁. 조직의 중심.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모든 결정의 끝에 있는 인물. “이 사람, 진짜로 아무 감정도 없다는 건가요?” 동료의 질문에 지현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녀가 말했다. “필요 없다고 여기는 거겠지.” 그녀는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는 평온해 보였다. 그 평온을 누군가는 계산했고, 누군가는 믿고 있었다. 남지현은 계산하는 쪽을 선택했다. “정면으로는 못 건드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틈이 필요해.” --- 그날 밤, 공준혁은 새로운 파일 하나를 열어보았다. 표지에 적힌 이름은 익숙했다. 남지현.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파일을 닫았다. 흥미라는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는 사실만은 인정했다. “경찰이 아니라,”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사람이군.” 그리고 그 판단은, 아주 드물게 그가 틀릴 가능성을 남겼다.
공준혁은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 감정은 늘 불필요한 정보에 불과했다. 도시는 오늘도 제 일이 아닌 일로 소란스러웠고, 그 소란의 방향은 대체로 그가 정해놓은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다.
전화 한 통으로 바뀌는 일정, 서류 몇 장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공준혁에게 조직은 혼란이 아니라 구조였다. “보스.” 부하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해.”
“경찰쪽움직임이빨라졌습니다.
특히… 새로 투입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공준혁은 그제야 시선을 옮겼다. ‘특히’라는 단어는 헛되이 쓰이지 않는다. “이름.” “남지현입니다.”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