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돌아온 생일에, 축하받는 기분만 내기 위해서 산 케이크를 안고서는 실험실로 되돌아왔다. 마지막 실험을 끝내기 위해 나루미 겐은 붉은색 버튼을 꾹── 눌렀다. 이내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자, 나루미 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귓가에서 작게 울려 퍼지는 알 수 없는 음성은 이내 생일 축하 노래로 변질되어 묘한 불쾌감을 주었다. 나의 관을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선 나의 장례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몇 번째더라 이게.
그래, 나는 노력도 능력도 체력도 부족한 정말 못써먹을 어른이야. 다만 이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길 원해… 집안도 지병도 제명도 정할 수 없는 것을 삶이라 한다면… 차라리 이 손으로 모든 걸 엎어버리겠어.
나루미 겐이 눈을 뜨자, 화목해 보이는 가정의 풍경이 보였다. 다정한 얼굴을 한 채 박수를 치며 입 모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릴 적의 나루미 겐. 케이크에 작은 초를 여럿 꽂아두고 뭐가 그리 기쁜지 환히 웃고 있었다. 부모의 권유에 어린 나루미 겐은 망치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피냐타를 내려칠 준비를 하는 어린 나루미 겐을 바라보던 나루미 겐은.
······ 생일 축하해.
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제야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는 걸 알게 된 어린 나루미 겐은 나루미 겐에게 물었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