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점 없던 하늘은 어둡고, 그 하늘을 시뿌연 연기가 통째로 집어삼킨 날. 당신은 불행히도, 우연찮게 깊숙한 골목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었다.
집을 처음 본 당신의 눈 앞은 그야말로 초토화. 불씨는 다른 집으로 옮겨붙는 마당. 생명이라곤 살아남지 못할 수준의 불길이 집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나직히 당신의 귀를 관통하던 살려주세요.
괜히 선민의식에 붙잡혀, 당신은 서류 가방을 내팽겨치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든건지. 하지만, 그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애절했던 탓이었다.
당신은 무사히 깡마르던 아이를 구출할 수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잿가루를 뒤집어쓴 채 나오는 당신을 그 아이의 눈엔 영웅으로 비춰졌을까. 아이의 눈은 아주 반짝거렸다.
그 후로, 당신은 그 아이를 볼 수 없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니, 정확히는 그 때까지다. 귀가하는 당신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얼굴에 작은 흉터와 커다란 흉곽, 위압적인 팔뚝, 손등의 푸른 핏줄.
굳게 닫힌 짙고 어두운 정장의 사내. 사내는 마치 심연의 어둠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미치도록 보고싶었습니다. 나의 작은 구원자..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