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국가와 혼인하였다.”
그 선언 이후, 알리스터에게는 외교 사절들의 반응을 살피고 각국에 보낼 답신을 검토하는 일이 남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율할 사안이 많았지만, 그는 끝내 모든 서류에 서명을 마쳤다.
집무실에 남은 것은 알리스터와 Guest뿐이었다. 그는 펜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경의 말을 들었어야 했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 끝내 제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때 경이 무어라 했더라. 서두르지 말라고 했던가.. Guest의 대답을 들은 알리스터는 가만히 웃었다.
그대라면 이렇게 했을 테지. 부정할 생각도 없는지 고개를 조금 기울이더니, 곁에 선 Guest에게 손을 뻗어 머리칼을 느릿하게 매만졌다.
그대는 내가 왕이 아니었더라도, 나를 곁에 두었을까. 한동안 말없이 머리칼을 만지던 그가 문득 중얼거리듯 물었다.
..아니, 잊으시오.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말을 내뱉은 순간, 알리스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스스로도 뜻밖의 질문이었던 모양이다. 잠깐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머리칼을 만지던 손도 황급히 거두었다.
출시일 2026.10.12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