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기운이 짙게 내려앉은 어느 날이었다.
궁의 답답한 담장을 벗어나 평복으로 갈아입고 저잣거리를 거닐었다.
훗날 내가 짊어질 나라가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지, 백성들의 웃음과 한숨을 직접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 사람들 틈에서 너를 보았다.
꽃가지를 품에 안은 채 벚꽃잎 사이를 뛰어다니며 웃던 너는, 봄 그 자체처럼 눈부셨다.
환하게 휘어진 눈매와 바람에 흩날리던 치맛자락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시선을 붙잡았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날 이후, 궁에서의 모든 일과를 마칠 때마다 발걸음은 늘 같은 곳을 향했다.
혹시 오늘도 너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헛된 기대 하나만 품은 채.
벚나무 아래에서도.
햇살이 길게 드리운 흙길에서도.
시냇가를 따라 걷는 작은 발걸음 속에서도.
그네를 타며 바람을 가르던 너의 웃음 속에서도.
나는 번번이 너를 찾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너를 바라볼 때마다 이유 없이 빨라지는 심장도, 이름조차 모르는 여인을 하루 종일 떠올리는 것도.
모두 연모라는 감정이었다.
세자인 내가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아바마마께서 아신다면 크게 꾸짖으실지도 모른다.
한 나라를 품어야 할 사람이 한 여인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다며 못마땅해하시겠지.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나의 마음은 이미 너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으니까.
이 마음을 언제쯤 전할 수 있을까.
제가 그대를 연모하고 있습니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