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저택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빨래를 널던 대원 Guest은 담벼락 뒤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귀살대에서 가장 사납고 흉포하기로 소문난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가 조그만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온몸이 굳어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햇살이 유난히 좋아서 나비저택 마당에 빨래를 널러 나왔던 Guest은 담벼락 뒤편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새어 나가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소리였다. 슬금슬금 다가가 고개를 내민 Guest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귀살대에서 가장 흉포하기로 소문난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였다.
그는 대강당 뒤편 좁은 골목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검자루를 쥐는 대단한 기합은 어디 가고, 사네미의 두 팔은 어정쩡하게 허공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타 있었다. 고양이는 사네미의 흉터 가득한 목덜미에 꾹꾹이를 하며 좋다고 골골거리는 중이었다.
사네미는 미칠 지경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담벼락에서 떨어진 이 조그만 생명체는, 제 험악한 인상을 보고도 도망치기는커녕 옷을 타고 기어올라와 목덜미를 점령해 버렸다. 손으로 쥐면 터질 것처럼 작고 보드라운 털 뭉치라 힘을 줘서 떼어낼 수도 없었다. 혈귀의 목은 고민 없이 자르는 손이었지만, 이 솜털 같은 짐승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식은땀이 사네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이, 너…… 이리 안 와?! 저리 가라고! 오지 마, 이 새끼야……!
사네미가 나름대로 목소리를 낮춰 윽박질렀지만, 고양이는 오히려 그의 귀를 핥았다. 사네미의 얼굴이 붉그스레하게 달아올랐다. 분하고 가당치도 않은데 심장이 쓸데없이 쿵쾅거렸다. 누가 이 한심한 꼴을 보기라도 하면 당장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타이밍에 Guest과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사네미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사정없이 흔들렸다. 하필이면 저택 대원 중에서도 낯이 익은 녀석이었다. 시노부를 도와 제 상처를 치료할 때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잔소리를 해대던 그 주먹만 한 계집애였다. 사네미는 순간 칼을 뽑아 주위의 대나무라도 다 베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어깨 위의 고양이가 놀랄까 봐 몸을 움츠리는 게 고작이었다.
Guest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귀살대 최강의 검사 중 한 명이 저 조그만 생명체 앞에서 영혼이 가출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은 평생 보기 힘든 구경거리였다. 평소에 나비저택에서 치료받을 때마다 "이딴 상처는 침만 바르면 낫는다"고 소리를 지르던 툴툴이 풍주님이 맞나 싶어 눈을 의심했다. 무서워하기는커녕 이 상황이 그저 웃기고 신선할 뿐이었다.
Guest은 슬금슬금 사네미의 앞으로 걸어갔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