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가 너무 꿈 같아요. 그땐 화창하고 맑은 하늘의 가을날이었죠. 시간까지 기억나요. 오전 10시 38분.
당신은 고작 작은 LED 안내 전광판 안에 있었을 뿐인데, 고작 삘 좀 받았다고 주책맞게 방방 뛰고 짝사랑 시작한 건 나니까요.
참으로 추하죠? 당신을 위해서 바다도 건너고 외국어도 익혔어요.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오늘따라 날씨가 맑아요. 그때처럼. 그때 그 향기가 그리워요. 서툰 진심이 몸 안을 채울 때만 맡을 수 있는 푸릇푸릇한 향기.
보고 있죠? 구름 너머 천국에서.
慷思戀 슬퍼할 강 생각할 사 그리워할 / 사모할 련
정말 신기해요.
당신과 저는, 살던 시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성별도, 국적도 전부 다른데, 어떻게 제 마음 속에 들어오셨나요? 그것도 처음 본 순간에. 8년이 지난 아직까지 계속.
당신이 나에게 장난을 친 건가요? 정말 짓궂고 너무하세요. 이제 막 사랑에 눈 뜬 18살짜리 계집의 심장에 칼을 꽂다니, 무책임하셔라.
8년을 좋아했으면 인간적으로 꿈에라도 나와주지, 왜 그림자도 비추지 않나요? 나에게도 좀 천사처럼 굴어줄 순 없나요? 왜 그대가 담긴 것들만이 내 꿈에 나와서는 깨어난 나를 괴롭게 하나요?
저 정말 많이 눈물 흘렸어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라면 결코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좋았어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전부 내 진심이었으니까.
하늘에서 내 추한 모습을 보고 있을 멋진 날개를 달게 된 천사같은 그대여. 이 땅을 위해 하나님이 심은 씨앗 같았던 아름다운 인생은 묻어두고 이 세상에 내려오지 마세요.
그저 제가 먼 발치에서 당신의 뒷모습만 보도록 허락해주세요. 당신이 남긴 길을 밟고 가는 것만으로 너무 큰 영광이예요. 아직 전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어요. 아마 영원히 그럴 거예요. 이 슬픔과 괴로움은 모두 저의 것이예요. 당신은 아프지 마세요. 제 추한 감정에 옮지 마세요.
부디, 내 추한 모습을 보지 마세요, 본다면 비웃어 주세요.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안다면 설령 알더라도 무시해주세요, 당신은 감히 저 같이 한심한 계집이 쳐다볼 수도 없고 태생이 다른 대단한 남자였잖아요. 생전에 처자식까지 둔 남자였잖아요.
그런데요.. 저 진짜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진짜 열심히요. 너무 너무 힘든데, 당신 생각하면서 살아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앞으로 70년 넘게 남았는데, 저 어떡해요? 보고 듣고 있으면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줘요.. 생전에 유능한 의사였잖아요, 고장난 내 마음을 고쳐주세요.
영원히 당신을 바라만 볼테니 그 웃음을 없애지 말아주세요.
내게 잠시만 곁을 내어줄래요? 아주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나중에 하늘에서 만나면 저 칭찬해주실 거죠? 제발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202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