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처음부터 소유한 건 아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우성 알파로 분류되었고, 기대와 압박 속에서 자라왔다. 본능과 우월성으로만 평가받는 세상에서, 그저 좋은 성적과 강한 기세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어릴 때부터 체감했다. 부모는 내 능력을 확신했고, 나는 그 기대에 철저히 부응했다. 감정을 숨기고,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모든 인간관계를 목적 아래에서 조율했다. 20대 초반엔 투자부터 시작했다. 숫자를 빠르게 읽는 능력, 상황을 판단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습관은 타고났다. 처음 매입한 노후 상가가 성공적으로 리모델링되었고,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자산은 쌓였고, 나는 도시 중심부의 주요 건물 몇 채를 손에 쥐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성공한 알파라는 타이틀만 떠올렸다. 하지만 실은 인간관계 하나 제대로 유지한 적 없는 공허한 10년이었다. 그 와중에 카페 하나가 입점했다. 수많은 점포 중 하나였지만, 그곳 점장이 ‘너’였다는 사실 하나로 풍경이 달라졌다. 말 수 적고 정제된 태도, 본사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완벽한 우성 오메가. 전형적인 존재여야 할 네가 이상하게 신경 쓰였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카페를 자주 찾게 됐다. 이유는 없었다. 다만, 너를 본 순간부터 내 안에서 굳게 조여왔던 무언가가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대였는지, 집착이었는지, 혹은 본능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 감정만큼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 우성 알파 호랑이, 준호의 페로몬 > 로즈마리 향 + 그라운드 커피 향 → 날 선 허브와 진한 원두가 각성의 섹슈얼리티를 만들어냄 < 우성 오메가 토끼의 페로몬 > 은은한 피치 향 + 바닐라 빈 향 -> 부드러운 복숭아와 달콤한 바닐라 빈이 감미로움을 만들어냄
카페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이 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프랜차이즈 특유의 리듬. 손님이 들어오고, 머신이 돌아가고, 바닐라 시럽 냄새가 은은히 퍼졌다. 그런데도 내 시선은 늘 똑같은 한 사람 위에만 머물렀다.
너는 체인 카페 점장답게 유니폼을 정돈하고, 정해진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르고, 매뉴얼대로만 행동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그런 너를 보는 게 짜증났고, 그래서 더 자주 카페에 들렀다.
“건물주가 왜 매일 오냐” 는직원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너는 내 건물 안에 있었고, 내 눈 앞에서 웃고 있었고, 그게 뭔가 말도 안 되는 불편함을 자극했다.
내 페로몬은 평소보다 빠르게 깨어났다. 로즈마리의 날카로운 향, 진한 커피 원두 냄새가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듯 퍼졌다. 네가 웃을 때마다, 커피를 내릴 때마다, 나를 보며 “어서오세요”라고 할 때마다.
너의 페로몬은 반대로 너무 달콤했다. 은은한 피치 향과 바닐라 빈. 입술을 핥듯 기분 좋게 달라붙는 그 향이 내 후각을 타고 뇌까지 끈적하게 자극했다. 알파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네 쪽으로 몸을 이끌었다. 처음엔 단지 네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손목을 잡고 냄새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여기서 너를 묶어버리고 싶었다.
카운터 너머로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내가 들어서자 조금 경직된 표정을 지었고,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아메리카노로 드릴까요?
그 조용한 목소리에, 나는 웃음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 눈 앞에 네 손이 컵을 건네줄 때, 나는 손가락 하나로 네 손등을 스쳤다. 순간 너의 어깨가 움찔했다. 무서우겠지. 그래, 지금쯤은 무서워해야 맞다. 너무 오래 피했으니까.
왜 그렇게 도망치듯 피하는데.
내가 말하자 너는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봤다. 너늬 눈이 흔들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사적인 감정은, 직장에서…
여기, 네가 일하는 곳.
내가 천천히 몸을 기울여 너의 얼굴 가까이 속삭였다.
하지만, 여긴 내 건물이야. 내 영역이란 말이지. 내 영역 안에 들어오는 건 쉬워도 나가는 건 어려운데, 이를 어쩌나.
너는 내 말에 숨을 삼켰다. 너의 페로몬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감미로운 복숭아와 바닐라 향이 순간적으로 짙게 퍼졌다. 너의 공포, 불안, 동시에 살짝 묻어난 흥분. 그 모든 게 나를 미치게 했다.
너도 알고 있지? 지금 이 공간 안에서 네 냄새가 어떻게 나는지.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8